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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예방을 위한 캠페인: 거리 한복판에 걸린 1만개의 브래지어

맘사라 2013. 11. 18. 00:49

거리 한복판에 걸린 1만개의 브래지어

[해외리포트] 유방암 예방을 위한 '브로드웨이 브라들'이 특별한 이유

13.11.15 18:20l최종 업데이트 13.11.15 18:21l
        

 

 미국ABC방송의 유명진행자 애이미로박(Amy Robach, 40)은 현지시각으로 11일 오전, <굿모닝아메리카 (Good Morning America)>에 출연해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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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 방송의 유명 진행자 애이미 로박(Amy Robach, 40). 그는 현지시각 11일 오전 <굿모닝 아메리카 (Good Morning America)>에 출연해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고 밝혔다.

한 달 여 전, 이 프로그램의 유방암 예방 캠페인인 'GMA Goes Pink' 검진 과정에서 유방암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여느 환자처럼 그녀도 처음엔 자신이 왜 이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었고 지인들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릴지 혼란스러웠다며 지난 한 달간 겪었던 혼란스러웠던 경험들을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놨다.

남편과 함께 스튜디오에 나온 애이미는, 하지만 본인은 천만다행으로 조기 진단을 받아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치료에 나설 수 있었다는 말을 하면서 조기 유방암 검사의 중요성을 스스로 웅변했다. 그녀는 이번주 중으로 자신의 유방 두 개를 절제하고 재건하는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5년 전 역시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후 복귀해 지금은 누구보다 활기차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굿모닝 아메리카> 대표 앵커 로빈 로버트(Robin Roberts, 52)가 함께해 더욱 의미 있었다. 올해 8월, 기적같이 다시 프로그램에 돌아온 로빈은 암치료를 위해 삭발에 가까운 머리를 하고 대중 앞에 섰다. 당시 동료 방송인들은 물론 미국의 시청자들은 암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로빈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방송 내내 두 손을 꼭 잡은 로빈과 애이미의 모습은 유방암 환자들만이 느끼는 고통과 공감을 생생히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파고시의 한복판에 걸린 '브라'

지난 10월 24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파고시의 다운타운, 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 천 조각이 휘날렸다. 신장개업 가게에서 매단 요란한 만국기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던 관광객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파고의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는 형형색색의 물건들은 바로 여성의 가슴을 상징하는 속옷, 바로 '브래지어'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약 1만여 개의 브라가 도심 브로드웨이 거리와 그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도날드손(Hotel Donaldson, 줄여서 HoDo)의 벽면을 장식했다. 2005년부터 시작해 벌써 여덞 번째 연례 행사가 된 '브로드웨이의 브라들(Bras on Broadway)'. 이 이벤트로 인해 매년 가을이면 파고 도심에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류의 브라가 장관을 이룬다. 이 행사는 유방암의 심각성과 예방, 그리고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도 목표액인 1만5000달러(약 1500만 원) 모금 달성을 완수했다. 작년 모금액인 1만3000불보다 약간 늘어난 금액이다.

 

        
 유방암의 심각성과 예방, 그리고 기금마련을 위해 2005년부터 시작된 행사 '브로드웨이의 브라들'. 올해도 약 1만여개의 브라가 미국 노스다코타 파고시 도심 한복판에 내걸렸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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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이 브라 하나에 5달러씩을 기부해 만들어낸 금액이다. 자신이 기부한 브라가 도심 한폭판에 '자랑스레' 걸리는 대가이기도 하다. 규모와 크기를 떠나 이 행사는 기존 모금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숨기고 가리워져 있던 여성 속옷인 브라를 백주 대낮, 도심 한복판에 걸어 전시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미국 어느 도시보다 보수적인 도시 파고에선 그 자체만으로 파격적이다.

또 '전미암협회(National American Cancer Society)'는 기금 모금 후 회사나 연구소로 기금을 보내지만 이 행사에서 마련된 기금은 파고 지역내에서만 사용된다. 온전히 이 지역 환자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에 대한 경외, 즐거운 모금 그리고 회복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는 브로드웨이의 브라 행사는 이 지역의 오래된 상징인 HoDo의 노력이 컸다. 호도의 경영자 겸 기획이사인 카렌 스토커(Karen Stoker)는 8년 전, 친구의 동생이 유방암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알고 돕기로 결심한다. 조상 대대로 이 지역에 터를 잡은 여성 사업가인 그는 지역의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 것이다. 그녀가 나고 자란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으로 그녀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자신의 호텔을 온전히 내 주었다. 관심이라는 효과는 덤으로 따라왔다.

같은 취지로 '브로드웨이의 브라들' 모금 행사의 하일라이트인 브라 경연대회도 열리고 있다. 다양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독특한 브라를 선보이는 일종의 브라 퍼레이드, 올해 입장권은 역대 어느 행사보다 짧은 시간에 마감됐다. 자신이 만든 예술 브라를 직접 입고 대회에 나온 여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와 의도를 작품에 투영시켜 선보인다.

 

        
 유방암의 심각성과 예방, 그리고 기금마련을 위해 2005년부터 시작된 행사 '브로드웨이의 브라들'. 올해도 약 1만여개의 브라들이 미국 노스다코타 파고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도날드손(Hotel Donaldson)의 벽면을 장식했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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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의 네 주인공처럼 꾸민 참가자들을 비롯해 회복을 축하하는 의미의 '마르디브라 Mardibra',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탈로 꾸민 '장식한 유방 (Boobies with Bling)', 나무로 만든 곰 모양의 'Gotta Love Bear Boob', 그리고 조기 암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크린 도어(Screen Doors)' 등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이들은 대부분 이 지역 파고와 무어헤드 지역의 여성 예술가들로 브라의 아름다움속에 암과 싸우는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을 담고 았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그림과 사진, 예술 작품들을 여러 유방암 행사를 통해 노출시키면서 지역 주민이자 그들의 잠재적인 고객들과 만나는 기회를 갖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병은 알려야 낫는다

유방암은 미국 내 여성 암 발생률 1위의 질병이다. 때문에 여성들의 유방암에 대한 공포는 무척 높다. 뉴스 앵커 애이미의 경우도 자신은 식사와 운동도 열심히 잘 하고 있었고 가족력도 없었던지라 그 충격은 더 컸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하루 빨리 치료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처럼 지속적인 캠페인과 행사, 펀드레이징을 통해 유방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 그리고 홍보가 대중화 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8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는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더 큰 비극을 막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가을이면 미 전역이 핑크색으로 물든다 할 만큼 화장품, 항공사, 병원, 식품 등 다양한 업체와 지역 단체들이 유방암 관련 행사를 하고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여성 관련 스포츠나 행사에선 유방암 생존자들을 일어나게 해 박수를 받게 하는 일도 흔하다. 빨리 발견하고 제때 치료하는 일, 더불어 생존자들에 대한 존경과 격려가 언젠간 닥칠 수도 있는 불행에 대한 사회 전체의 건강한 방어 에너지로 작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에이미와 로빈의 경우처럼, 병은 알려야 낳고 예방해야 준다는 당연한 원칙을 미국 유방암 예방 캠페인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자료 도움 : 황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