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주교가 사도직을 계승했는가?
입력 : 2014.08.15 23:36
▲최덕성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
1. 임진왜란과 예수회 사제
로마가톨릭교회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 환영 열기가 높다. 언론 매체들은 연일 교황 칭송에 열을 올린다. 화려하고 막강한 권좌의 교황이 고통당하는 자, 약한 자, 소외된 자, 장애인, 가난한 자들에 관심을 보이고 소형차를 타며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찾아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로 로마가톨릭교회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존경받을 만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병원, 고아원, 재활원, 학교, 사회봉사기관을 세워 운영한다. 막강한 기반을 가지고 공동체 활동을 광범위하게 하여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교황은 개인주의, 물질주의, 번영신학에 물든 개신교회 지도자들에게 식상한 사람들과 종교계에 긍정적 사표(師表)가 되고 있다.
반면, 의문이 없지 않다. 교황은 약 1백만명이 회집하는 가운데 광화문 대로에서 시복식 미사를 집전한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그곳은 집회 장소가 아니다. 많은 차량이 오가고 서울시민들이 내왕하는 곳이다. 2002년 월드컵 응원 때 시민들이 사용했지만, 종교적·정치적 행사에 사용된 적이 없다. 그 대로를 가로막고 전 국민이 지켜보는 데서 행하는 미사와 시복식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스타일은 아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넓은 장소가 없어 그곳을 종교행사 마당으로 택한 것 같지는 않다. 로마가톨릭교회의 해묵은 선교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한국과 로마가톨릭교회의 첫 만남은 참으로 불행했다. 임진왜란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군단의 병사들은 대부분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들이었다. 조선 침략 군단의 이름은 ‘그리스도단’이고, 그 침략군단 앞에는 십자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고, 검정색 사제복에 ‘로만 컬러’를 한 로마가톨릭교회 사제들이 뒤따랐다. 세스페데스가 이끄는 예수회 소속 사제들이었다. 예수회 사제들은 조선인을 잔혹하게 살육한 자들의 고백성사를 받아주고 ‘성수’를 뿌리면서 조선침략 행렬에 가담했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와 민족은 큰일 날 뻔했다.
처음 우리나라 땅을 찾은 로마가톨릭교회 사제들은 침략자였거나 또는 침략자들에 가담했다. 막강한 세력과 조직을 가진 수도단 예수회 소속이었다. 예수회는 한국에서 서강대학교를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대학을 졸업했다. 예수회 사제 교황 프란치스코가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종교행사를 함은, 권력자들을 개종시켜 그들의 힘으로 신민(臣民)들을 로마가톨릭교회로 전향하게 하려는 정복주의 선교전략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방한할 때도 그곳을 집회장소로 내어주고 동등하게 대우할지 궁금하다.
교황은 광화문 대로에서 로마가톨릭교회 예수회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범죄행위를 참회하고, 아울러 일제강점기의 적극적인 친일 행각과 조선 민족 배신 행위도 참회하며, 결국 귀신에 바치는 조상 제사도 제도로 철회하라고 명하리라 기대해 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교황이 광화문 대로에서 전 세계의 기독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고, ‘진짜 좋은 교황’으로 인기를 독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선언을 기대한다. 이래에서 다시 논의한다.
예수께서 방한하면 어떤 모습으로 임할까? 막강한 위계질서를 갖춘 집단의 우두머리 모습일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조직체이고, 가장 오래된 종교제국 황제의 모습일까? 교황무오교리의 후광으로 감싼 승리주의 종교 집단의 수장으로 나타날까? 가부장적 위계질서로 무장한 종교 지도자, 전제적 군주 제도의 독재자, 법적 지상권, 지배권, 수위권을 가진 중앙집권 제도의 우두머리로 나타날까? 교회개혁과 성경적 복음을 부인하면서 세인들의 인기몰이와 정략적인 제스처로 주목을 받는 종교 지도자로 오실까?
광화문 대로에서 보여줄 로마가톨릭교회 고도의 세속적인 수단 동원, 위압적 통계, 엄숙한 미사의 이면에는 본질이 결여된 피상적인 ‘기독교’가 숨어 있다. 예수께서는 평화가 아니라 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심판관이 말한 것처럼, 한국 천주교인들은 예수를 향하여 “왜 우리를 방해하러 왔는가?” 하고 항의할 수도 있다.
교회의 기초인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독교의 본래 모습을 유지시키는 일이다. 성경과 초기 기독교 메시지, 구원자 예수의 복음에 대한 변함없고 흔들림없고 퇴색되지 않은 복음에 대한 신앙고백과 증거이다. 우리가 노골적으로,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곧바로 대면해야 할 것은, 기독교 본래의 원시적 메시지이다. 예수 그분이 그리스도, 메시야, 구원자라고 하는 기쁜 소식이다. 이 진리를 믿고 고백하고 전하는 과업이다. 기독교는 그리스도를 본받기만 하는 종교가 아니다. 올바른 기독교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믿고 고백하고, 죄 사함과 의롭다 함을 받고, 하나님 나라에 진입하여 그 나라의 시민의 도리를 다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교황 방한이 기독교의 핵심적 교훈과 주변적인 것을 구분하게 하는 반면교사가 되기 바란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진짜 ‘좋은 지도자’ 또는 진정한 의미의 파격적 행보로 교회개혁에 이바지하는 불멸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길이 있다. 하나님의 분노를 자아내는 교리들과 우상숭배 행습들을 폐기·금지하노라 선언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조직체인 로마가톨릭교회의 서고 넘어짐이 달려 있는 교리 조항(articulus ecclesiae stantis et cadentis)인 사도직 승계론, 교황 수위권 교리, 교황무오 교리, 성경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졌다는 ‘전통론’ 등이다. 교황이 성경적·역사적·합리적 근거가 없음을 선언하고, 성경이 제시하는 초기 기독교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라고 명하는 일이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최우선 중요 과제이다.
2. 사도직 계승론·교황 수위권
로마가톨릭교회는 사도들의 사후(死後) 사도직이 그들의 직접 협력자들에게 일종의 유언 형식으로 계승되었다고 주장한다. 사도들이 시작한 일을 완성하고 견고하게 계속할 임무를 후계자에게 맡겼다. 사도들은 후계자들을 세웠으며, 나중에 그들이 죽으면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그 직무·지위·권한을 승계하도록 했다.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에게 교황 수위권(Supremacy)이 맡겨졌고, 그 직책·직무가 후계자들에게 영속적으로 계승·전수되고 있다고 한다. 왕권·황제좌가 그 자식에게 계승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치권력이 그 아들에게, 아들에게서 손자에게 계승되는 것과 같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주교(감독)가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교회의 가시적 으뜸인 베드로의 후계자(교황)와 더불어 살아계신 하나님의 집을 다스리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이라고 선언한다. “주님께서는 보편교회를 사도들 가운데에 세우고 사도들의 으뜸인 복된 베드로 위에 (그 교회를) 지으셨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친히 그 머릿돌이 되셨다(교회헌장 제19항)”고 한다. 모든 신자는 “거룩한 공의회가 교황의 수위권과 그것의 영속성과 권한과 성격, 그리고 오류 없는 교도권에 관한 교리를 굳게 믿어야 한다(제18항)”고 한다. 주교들이 신적 제도에 따라 사도들의 자리를 계승했다면서(교회헌장 제20항), 이러한 까닭으로 로마가톨릭교회에 들어오지 않거나 끝까지 그 안에 머물지 않는 사람들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한다.
사도직 승계교리는 제1차 바티칸공의회(1869-1870)에서 처음으로 제정 선포됐다. 아울러 교황 수위권(Supremacy) 교리와 교황무오 교리도 제정됐다. 예수께서 교회를 세우실 때, 열두 제자들 가운데 사도 베드로를 우두머리 제자로 뽑아 ‘천국 열쇠’를 맡기고 교회의 우두머리로 삼으셨다. 로마교회의 주교(감독)인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 우두머리 사도의 계승자이다. 교황이 베드로의 권한을 이어받는다. 로마교회의 주교직이 절대적 권위를 가졌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모든 교회의 목자이며, 모든 교회에 대하여 완전한 보편 권한을 가진다. 이 권한은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교회헌장 제22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882조)고 한다. 주교단은 교황의 동의 없이 아무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제883-884조).
종교개혁자들은 로마의 사도직 계승론에 항거하면서 말씀 선포를 교회의 표지로 여기고 이를 강조했다. 로마가 로마교회의 주교직―교황좌를 교회의 표지로 여기며, 그가 그와 친교를 가지는 주교들이나 수하 사제들이 집행하는 성만찬만이 유효하다고 하는 주장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칼빈, 기독교강요, IV, 2-12).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의 사도적 본질이 교황 중심의 교계(敎階)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선포와 봉사에 있다고 보았다.
교황과 주교의 사도직 계승론과 맞물려 있는 것이, 교황 수위권(Supremacy)과 앞에서 다룬 교황무오 교리이다. 로마가톨릭교회 교회론 신학자 한스 큉은 성경이 교황의 수위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큉에 따르면, 교회의 지도력이 사도들과 그들의 카리스마 사역과 관련되어 있음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역사적 발전이 개입되어 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구분되고, 목회자단이 구성되고, 교회가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장로가 회중과 전 교회 영역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 뒤에 오늘날 개념의 주교가 등장했다. 주교 개념이 발전하여 주교단이 만들어졌다. 이 개념이 로마의 주교, 곧 교황으로 연결되었다. 주교는 장로와 달리 더 광범위한 교회 지역을 관할했다. 그는 목회자인 장로보다 위계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았다. 주교와 장로의 계급질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Kung, Infallible?, 68).
로마주교―교황의 수위권 이론은 성경적 근거가 없다. 교회가 출범한 첫 두 세기 동안 만들어진 기독교 문헌 어느 부분도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우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이니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마 16:18)”는 말씀과 뒤따르는 본문을 로마교회의 주교, 곧 교황과 관련시키지 않는다. 이 본문을 베드로 개인과 관련시켜 언급할 뿐이다. 베드로는 여러 평등한 제자들 가운데 첫 번째 제자였을 뿐이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초기 예루살렘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지도자였다. 중요한 사실은 그 혼자만이 아니라 12제자와 더불어 사도의 권위를 나누어 가졌다는 것이다. 베드로가 절대적 군주체제의 독재자와 같은 권위를 가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베드로는 예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마음이 소심하고, 도망친 경력도 있다. “사탄아 물러가라(막 8:33, 마 16:23)”는 책망을 듣기도 했다. 베드로는 오류가 없는 인물이 아니었다. 예수께서 그를 행하여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말씀하실 때, 그 ‘반석’은 베드로의 신앙고백이었다. 교회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신앙고백 공동체이다.
로마교회의 주교직은 3세기 중반 사이비 사도들과 사이비 기독교인들을 정죄하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마태복음 16장 18절은 4세기까지도 로마 교구의 우선권(Primacy)을 주장하는 데 사용되었을 뿐이다. 이 본문이 로마교회 주교직의 수위권이나 무오성을 주장하는 데 사용된 적이 없다(Kung, 91). 동방정교회도 이 본문을 베드로라는 한 개인의 우선권과 관련시켜 왔다. 동방·서방교회 그 어느 편도 마태복음 16장 18절과 누가복음 22장 32절(형제들의 힘이 되어라)을 로마교회 주교의 수위권이나 무오성과 관련시키지 않았다.
베드로에게 후계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신약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자들도 있다.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이를 인정하지만, 베드로가 로마교회의 목회자로 그 교회를 책임진 적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교육받지 못한 갈릴리 지방의 유태인 베드로가, 교육받은 로마 시민(Civis Romanus), 특히 그리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그리스 사상에 정통한 문화 시민들의 목자가 될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수위권(Supremacy)과 우선권(Priority)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주었다는 천국 열쇠와 관련하여, 로마교회의 주교―교황이 지상의 나머지 모든 교회들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후자는 베드로가 수제자였으므로, 그가 순교한 지역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로마교회의 주교가 다른 주교들보다 우선적인 존경을 받음에 이의가 없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수위권과 정통성 문제를 둘러싸고 동·서방교회는 혈투를 벌였다. 결국 1054년에 갈라섰다. 분열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맡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방교회는 십자군을 일으켜 동방교회 기독교인들을 대량 살육했다. 제4차 십자군 원정은 서방교회(오늘날의 로마가톨릭교회)의 열등감·졸렬함·정복욕·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 교황의 등장
기독교 세계는 5세기까지도 오늘날 개념의 ‘교황’을 알지 못했다. 교황 개념은 레오 1세(d. 461) 때 도입되었다. 현대 교황 제도는 그레고리 1세 때 등장했다. 교황을 일컫는 용어(Pope, 아버지)는 본래 존경받는 주교들을 일컬었다. 카르타고의 키프리안,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 등 탁월한 주교들이 ‘파파’라고 불렸다. 점차 로마교회의 감독과 알렉산드리아교회의 주교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다, 교황 그레고리 7세가 로마에서 열린 공의회(1072)에서 로마 감독에게만 사용하라고 명했다.
로마교회의 목회자 레오 1세는 이족의 로마 침입으로 무정부 상태가 된 로마 문화유산들에 대한 약탈과 방화를 막고, 협상으로 침략자들을 물리친 덕분에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레고리 1세(재위 590-604)는 이족 침략과 흑사병, 기아로 고생하는 로마인들을 지성으로 돌보고,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하여 롬바르드족 병사들을 물리쳤으며, 행정·통치자나 다름없는 지도력을 발휘하여 로마의 평화를 보장받았다. 수도사 40여명을 영국에 선교사로 파송했다. ‘그레고리안 찬트’는 그의 목회 업적을 기념하여 만든 당시의 복음성가 모음이다. 이 주제는 필자의 <쌍두마차 시대(2012)> 제7장이 상론한다.
베드로가 로마교회의 초대 주교―교황이 된 것은 5세기 이후이다. 로마는 현 교황 프란치스코를 로마가톨릭교회의 제266대 교황이라고 계산한다. 이 차수 산출의 역사적 근거는 불명확하다. 사실 호도에 해당한다.
주교가 사도직의 계승자이며 로마교회의 주교가 베드로의 우두머리 사도직을 계승했다는 이론은, 성경과 역사에서 뒷받침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주교가 사도들의 직접적·배타적 의미의 계승자들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도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직접적 증언자들이었고, 그리스도의 대사들이었다. 사도들의 직임은 계승자들로 대체될 수 있는 성질의 무엇이 아니다. 교회의 설립자들은 사도들이었지, 주교들이 아니었다.
사도들의 과업과 임무는 사도적 선교―복음전도와 사도적 봉사(ministry)였다. 이 과업은 기본적으로 전체 교회와 전체 하나님의 백성들에 의해 계속됐다. 사도적 증언·신앙과 고백의 계승, 사도적 봉사와 삶을 위해 분투·노력하고 조화를 이루며, 이를 계승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들의 계승자들이고, 사도직을 계승한 자들이다. 하나님의 백성 전체가 사도성·사도직을 계승했다. 복음 전도와 목회에 헌신하고 하나님 나라 임재를 돕는 사람들은 모두 다 사도성을 계승한 자이다. 사도성 계승은 하나님의 백성 전체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도직은 특정 지역 주교들에게만 계승된 직임이 아니다(Kung, 66-67 참고). 따라서 로마교회의 주교,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이 사도직을 배타적으로 계승했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 교회는 로마화되고, 세속적 통치 개념과 계급주의에 의해 오염되었다. 교황과 교황좌는 기독교 로마화와 탈복음화의 상징이다.
4. ‘유일하고 완전한 일치’
로마가톨릭교회는 16세기 종교개혁운동 때부터 개신교회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졌다. 개신교를 이단으로 규정했다(윤형중, <상해천주교요리> 상, 1992, 258-259). 종교개혁자들을 파문하고, 그들의 이름을 ‘이단의 괴수’ 목록으로 열거했다. ‘주의 포도원을 허문 여우’, ‘이단자’, ‘분리주의자’, ‘그리스도의 몸을 찢은 자’ 등으로 비판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세계화와 통합이라는 변화하는 시대정신에 걸맞는 태도 변화를 드러냈다. 종교혼합주의 방식으로 세계를 통합시키려는 프리메이슨 정신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신앙직제위원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여러 신학문서 작업에 로마가톨릭교회의 신학과 시각을 투영시켰다. 거부할 수 없는 세력으로 등장한 에큐메니칼 운동을 방관하지 않고 견제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다. 일부 활동에 가담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 단체를 로마가톨릭교회의 영향 아래에 두려고 했다. 꾸준히 WCC와 에큐메니칼 신학의 로마가톨릭주의화를 부추겼다.
로마 에큐메니칼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개신교회와 정교회를 궁극적으로 교황좌 아래로 종속시키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모든 이가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방법대로 하나인 양떼 안에 들어오고, 한 목자(교황) 밑에서 평화롭게 일치되게 하려는 열망과 활동을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에게서 일으켜 주신다. 이 일치를 이루고자 어머니인 교회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희망하고 행동하며, 그리스도의 표지가 교회의 얼굴에서 더욱 찬란히 빛나도록 자녀들에게 정화와 쇄신을 권고한다”(교회헌장 제15항)고 한다. “한 목자 한 양떼”를 표방한 중세기 교회의 ‘우남상탐(1302)’을 연상시킨다.
로마가톨릭교회가 생각하는 교회 일치는 상호동등 관계의 대화·합병·하나됨이 아니다. 로마는 자신이 그리스도가 준 ‘유일하고 완전한 일치(given unity)’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리된 비가톨릭교회들을 교황좌 아래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일치운동의 목표이다. 로마는 유럽연합(EU) 같은 형태의 여러 교회들의 대등관계의 일치나 통합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비로마가톨릭 그리스도인들’을 “갈라진 형제들(일치교령 제20항)”이라고 일컫는 획기적인 변화를 보였다. 트렌트공의회(1545-1563) 때부터 유지해 오던, 개신교회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중지하고 새로운 시각을 도입한 것처럼 비쳤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역사적 교회 분열의 책임이 자신에게도 일부 있음을 인정한다(일치교령 제3항). 그리스도는 하나의 교회를 세웠다. 사도들 가운데서 베드로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웠고, 하늘나라의 열쇠를 약속했다. 양떼를 치게 했다. 이 교회가 후대에 불화로 갈라졌다. 그 책임이 양편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회일치운동과 관련하여, 신자들이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일치 활동에 슬기롭게 참여하라고 한다. 먼저 갈라진 형제들의 상황을 공정하고 진실하게 반영하고, 상호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말과 판단과 행동을 삼가라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자신이 생각하는 형태의 “일치의 참된 진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온갖 경솔함과 무지한 열정을 자제하라(일치교령 제24항)”고 지시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적절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에 나서 교리를 잘 설명하고 로마의 특성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대화를 하라고 지시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유효한 하나의 성찬례를 거행하며, ‘하나인 교회’와 ‘유일한 일치’ 안으로 모이도록 하라고 한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교회에 준 일치,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그 일치가 가톨릭교회 안에 있다고 우리는 믿으며, 세상 종말까지 그 일치가 날로 자라기를 바란다(일치교령 제4항)”고 한다. ‘주어진 완전한 일치’를 가진 로마가톨릭교회 곧 유일무이한 그리스도교회의 교황이 베푸는 유효한 성만찬에 개신교회 신도들과 정교회 신자들이 참여하는 그날, 교회일치가 완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한편에서 로마가톨릭교회를 상대화하여 여러 교회들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모호하게 표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자신이 그리스도가 세운 유일무이한 교회라고 못박는다. “교계조직으로 이루어진 단체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비체, 가시적 집단인 동시에 영적인 공동체, 지상의 교회인 동시에 천상의 보화로 가득 찬 … (로마가톨교회가) 바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이며, 우리는 신경(信經)에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에서부터 이어 오는 교회라고 고백한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부활하신 뒤에 베드로에게 교회의 사목을 맡기셨고(요 21:17),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교회의 전파와 통치를 위임했으며(마 28:18 이하), 이 교회를 영원히 진리의 기둥과 터전으로(딤전 3:15) 세우셨다(일치교령 제8항)”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회 일치에 대해, 온전한 일치를 누리지 못하는 “갈라진 형제들”이 온전한 일치를 가진 베드로의 교황좌 아래로 ‘귀정(歸正)’하는 것으로 제한한다. 로마가톨릭교회만이 구원의 온전한 수단이다. “주님께서는 베드로가 앞장서는 한 사도단에 신약의 모든 보화를 맡기셨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한 몸을 지상에 세우려는 것이었으며, 어느 모로든지 이미 하나님 백성에 소속된 모든 사람은 그 몸(로마가톨릭교회)에 완전히 합체되어야 한다(일치교령 제3항)”고 한다.
WCC는 로마가톨릭교회 교리의 이론적 근거인 사도직 계승론, 교황무오교리, 교황수위이론, 전통론을 묵인 또는 용인하면서 로마와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를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도직 계승론에 근거하여 자신만이 ‘유일하고 완전한 일치’를 가진 교회라고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은 “갈라져나간 형제들”을 언급하고, “로마가톨릭교회 안에 참 교회가 존재한다”고 서술한다(제8항). 이 서술과 관련하여 교황은 성명(2007)을 발표했다. 동방정교회는 사도직을 계승한 교황과 관계없는 ‘지역 교회’이고, 개신교회들은 교회가 아니라고 했다. ‘신앙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도직 승계가 없고, 유효한 사제직이 없으며, 따라서 예배의 핵심인 성례전의 신비하고 참되고 완전한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사도직을 계승한 교황과 그와 교제를 하는 주교들만이 유효한 성례와 예배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교회에 대한 교리의 일부 측면에 관한 몇 가지 물음에 대한 답변, 2007,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36, 225).
맺음말과 질문
종교개혁 신학자 존 칼빈은 로마가톨릭교회를 “신앙의 보루에 해당하는 핵심 교리들을 땅에 파묻어 버렸거나 내쫓은, 우상숭배의 집단(이라고 보았다. 순수한 말씀의 빛이 꺼져 질식 상태가 되었고, 진리―말씀이 아닌 인간―교황을 교회의 표지로 삼음은 성경적 근거가 없다. 로마교회 주교직을 사도직 승계로 봄은 터무니없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 분리한 종교 집단이다. 성경이 말하는 신앙고백 중심의 사도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칼빈에 따르면,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구성하는 신앙의 보루인 핵심 교리에서 멀어졌다. 그리스도 교회의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 진리의 기둥(딤전 3:15)이 아니라 거짓의 버팀목이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막이 아니라 우상의 소굴이다. 우상숭배와 더불어 모독적 예배를 드리는 집단이므로 참 교회가 아니다. 그들과 교통을 하지 않아야 그리스도와 일치할 수 있다(기독교강요, IV.2.10,12.).
교회의 기초는 사람의 판단이나 신학자의 이론, 주교직 또는 사제직이 아니다. 선지자들과 사도들 메시지의 핵심인 대속자, 중보자 예수이다. 참 하나님이시고 참 사람이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다. 기독교의 원전은 종교개혁자들의 저서도 아니다. 하나님의 특별계시로 주어지고 성령의 인도 아래 기록된 성경이다. 성경의 관점에서, 칼빈의 위 지적은 타당하다. 칼빈의 교회론과 진리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 그의 에큐메니즘은 ‘오직 성경’ 원리에 근거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순수하게 전파되고 경청되며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례가 지켜지는 곳에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기독교강요. IV.1.9.)라는 그의 말은 성경적이다.
우리가 지적한,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에 있는 심대한 교리 차이는 서로의 신념을 존중하고 인정해 줄 성격의 무엇이 아니다. 순교의 정신으로 대응하고 목숨을 걸고 배격해야 할 진리 과업이다. 교회는 진리의 보루(citadel)이다. 교리가 무너지면 미신과 우상숭배, 교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러한 종교가 이 땅에 횡행하면 하나님께서 분노하신다. 교황 방한에 즈음하여 우리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신앙(교리)의 근본 변화가 없고 교회개혁의 의지가 없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번영으로 초래될, 이 땅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그리스도의 온전한 사도라면, 성경적 근거가 없고 초기 기독교 모습에서 이탈한 여러 가지 그릇된 교리들을 버리고 우상숭배 행위들을 중단하라고 선언할 것이다. 성경적 역사적 근거가 없는 전통론, 사도직 계승론, 교황무오 교리, 교황 수위론, 계급주의 교회론, 마리아론, 만인보편구원주의-종교다원주의, 화체설 등을 폐기할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성경적·역사적 근거가 없는 사도직 계승 교리와 교황 수위권 교리를 폐기 처분한다고 선언할 용기가 없는가? 성경과 초기 기독교의 복음에 부합하지 않는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와 행습을 파격적으로 개혁하여, 개신교회들과 진정한 일치를 도모할 의사가 없는가? 사탕발림 같은 인기 속에 감춰진 로마가톨릭교회의 진실을 드러내고, 잘못된 것들을 서슴없이 제거하는 파격적 행보로 ‘진짜 좋은 교황’, ‘위대한 교황’이라는 명성을 역사에 남기지 않겠는가?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기독교사상연구원 원장, 전 고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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