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직장도 고등학교처럼 변해가는 걸까?
소셜네트워크와 화상회의가 흔해지면서 ‘호감’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호감을 사는 일이 고등학교 시절 인기 투표 이상의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상사나 동료들에게 평가를 받을 때 호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호감이 가는 사람은 채용도 잘 되고, 직장에서 도움도 잘 받고, 유용한 정보도 잘 얻고,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용서받는다. 매사추세츠 대학교가 지난해 관리자급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자. 감사관이 만약 호감가는 인물이고 말을 논리정연하게 하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빈약하고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관리자들은 이 감사관의 제안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 화상회의로 대화를 나눌 때 호감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화상회의에서는 호감이라는 주관적인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본질보다 외양에 현혹되기도 한다.
2008년 경영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청중들은 비디오 속 연사를 보면서 그 연사가 얼마나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가보다는 그 연사가 얼마나 호감을 주는 인물인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비디오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연사를 만날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보스턴 소재 시장조사업체인 웨인하우스 리서치는 개인 화상회의가 2017년까지 매년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커뮤니케이션 분석업체 ‘퀀티파이드 임프레션스’의 노아 잔당 회장은 청중들은 신뢰를 주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사,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연사, 공감대가 형성되는 연사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세 가지 특징은 비디오 상으로는 전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 잔뜩 긴장해서 아무런 감정을 전달하지 못하면 청중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만다. 과장된 제스처도 마이너스다. ‘호감을 결정 짓는 핵심 요인(Likeability Factor)’의 저자이자 이 주제로 강연 활동도 하는 팀 샌더스는 이렇게 말했다.
“오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일단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자신이 라이언 씨크레스트(아메리칸 아이돌 진행자)라도 된 것처럼 과장된 연기를 한다.”
지난해 ‘경영 결정’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비디오 면접을 치른 후보는 직접 만나서 면접을 본 후보보다 호감도와 면접 점수를 낮게 받아, 채용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호감도 얼마든지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컨설팅 회사 ‘데커 커뮤니케이션스’의 벤 데커 CEO는 “호감은 카리스마처럼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자질”이라고 주장했다.
벤 데커 CEO는 연사로서 호감을 사는 데 필요한 3대 요소를 정리했다. 첫째,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청중과 눈을 맞춘다. 둘째, 말하면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셋째, 어조에 변화를 줘서, 진정성과 인간미가 전달되도록 신경 쓴다. 벤 데커 CEO는 비언어적인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위해서 가상의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의뢰인의 모습을 비디오로 찍은 다음, 음소거 상태에서 의뢰인이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그는 의뢰인에게 청중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본 후, 청중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미리 정하라고 조언한다.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은 호감을 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다.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있는 로레알 계열사 ‘어번 디케이 코스메틱스’ 인사교육팀 과장인 멜리사 템플-아고스타는 영업직 사원들을 벤 데커 CEO에게 보내, 비디오 상으로도 매력적이고 호감 있게 보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멜리사 템플-아고스타 과장은 영업직 사원들을 직접 만나 보면 충분히 호감 가는 사람들인데, 막상 카메라 앞에서는 얼어버린다고 말했다. 영업직 사원들은 자신이 카메라에 어떻게 보일까는 잊고, 청중들과 소통하는 법에 집중하는 비결을 배웠다.
카메라 앞에서 말할 때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청중들이 주의를 지속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비디오 속 인물을 바라보는 데에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라는 정신적 능력이 요구된다. 인지 부하란 정신을 집중해서 연사의 발언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팀 샌더스는 화상회의를 할 때 상대방의 표정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라고 제안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때때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면 상대방에게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코미디언처럼 과장하는 것이다. 팀 샌더스는 “유머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남을 웃음거리로 삼지 말고 차라리 자기자신을 낮추는 유머를 구사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