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의 고백, "술 줄이게 된 이유는…"
입력 : 2013.12.09 11:09
-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 제공
폭탄주 20여잔은 거뜬히 마시기로 소문 난 박용만 대한상공 회의소 회장이 대학 졸업 때까지 술을 거의 못 마셨다는 ‘고해성사(告解聖事)’ 를 했다.
박 회장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지난 8일 발간한 서울주보에서 1982년 두산그룹에 입사 전까지만 해도 술을 거의 입에 못 대다 ‘주당(酒黨)’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털어놨다. 박 회장은 서울주보 1931호 ‘하느님의 메시지’란 제목의 글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 술자리를 피하는 것은 거의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주량을 늘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지금은 너무 잘 마셔 걱정이고 심지어 좋아서 찾아 마시는 정도까지 돼 버렸다”고 고백했다. 평소 격의 없는 대화로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공식 취임을 앞둔 지난 8월 지역 상의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지방 소재 기업들의 애로·건의 사항을 들으며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20여잔을 마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우연한 일이 계기가 돼 지금은 술을 거의 안 마시는 편이라고 밝혔다.
주보에 실린 글에 따르면 박 회장은 몇 해 전 월드컵 경기가 한창일 때 일본에서 온 손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침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었고, 박 회장은 손님을 모시고 해운대 인근에 있는 한 지하 바(Bar)로 가 대형 텔레비전으로 국가대표 팀을 응원하며 손님과 기분 좋게 취했다.
그러다 잠깐 화장실에 들른 사이, 옆 테이블에 있던 두 사람이 박 회장을 알아보고 수근대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 글마 자세히 보이께네, 두산 회장 그 친구인갑다.” “어! 그래?”
“맞다. 근데 글마 첨부터 끝까지 폭탄주로 마시삐네. 한 술 하는갑다. 술 억수로 잘 마시삐네.” “뭐 글카다 고마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
잠자코 듣고 있던 박 회장은 더 듣기 민망해 자신을 소개하며 “고마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술 좀 줄여야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
박 회장은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란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술을 줄여 지금은 거의 마시지 않고 회사에서도 ‘음주 민주주의’를 기본 철학으로 정립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어 “건강으로 직접 혼이 나고 정신을 차리는데,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하는 두 분의 입을 빌려 하느님께서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은 실바노다. 이번 글은 서울대교구 측 요청을 박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여 주보에 실은 것으로, 박 회장은 이달 말까지 총 네 차례 자신의 경험담 등을 기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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