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사들의 예배처소 은수교회
- 2014.04.07 10:19
“은퇴?… 죽는 날까지 전도·선교가 사명”
한국교회 은퇴 목사들은 불안하다. 지난 세월 한국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이끌어왔던 열정과 헌신을 이어가고 싶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고, 안식 가운데 여생을 보내려 해도 생계 걱정이 앞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은퇴 목사들이 처한 현실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지난달 26일 오전 아흔 넷의 서동걸 목사는 노량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가 향한 곳은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한복판의 허름한 상가 건물 2층 은수(隱修)교회(대표 엄도성 목사).
이름대로라면 ‘은퇴 목사들이 수양하는 교회’ 정도가 되지만 주변 여건은 그렇지 못했다. “오이 두개가 천원씩∼” “이거 맛 좀 보고 가요”하는 아래층 상인들의 손님 붙잡는 소리가 오전 11시 시작되는 수요기도회 전부터 여과 없이 들려왔다. 하지만 서 목사를 포함한 40여명의 눈과 귀는 수요기도회 설교자로 단상에 선 김태석(68) 목사에게 모아졌다.
기도회 참석자들의 겉모습은 다양했다. 머리가 벗겨지고 허리가 굽은 이들,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쓰인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도 보였다. 차림새는 달랐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70세 이상의 은퇴 목사이며, 함께 모여 예배드리기 원하는 사람들이다. 은수교회는 2001년부터 15년째 매주 주일과 수요일마다 은퇴 목사를 위한 예배 처소가 됐다.
“은퇴로 인해 평생 사역했던 교회를 떠났지만 갈 곳이 없는 목사님들을 위해 4명이 모여 시작됐어요. 은퇴한 뒤에 시무하던 교회에 남아 있으면 후임 목사에게 부담이 되고요. 그렇다고 노인정 같은 곳에서 술 먹고 화투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엄도성(77) 대표 목사의 설명이다.
엄 목사가 말하는 ‘은퇴 목사’는 ‘원로 목사’와 처지나 형편이 다르다.
원로 목사는 한 노회(또는 교회)에서 일정 기간(대부분 20년) 시무한 목회자에게 주어지는 직함으로 교회 형편에 따라 경제적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반면 일정 시무 기간을 채우지 못했거나 개척·미자립교회 출신, 또는 뒤늦게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들은 은퇴하는 순간 ‘밥줄’이 끊긴다. 중대형 교단에서 운영되는 목회자 연금인 ‘은급제도’가 있지만 수혜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엄 목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은수교회에서 만난 은퇴 목사들의 예배와 기도, 전도·선교 열정만큼은 식지 않은 듯 했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청량리역 인근을 1시간 반 가량 돌면서 노방 전도를 한다. 일본과 인도, 멕시코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3명을 후원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십시일반으로 50만원을 모아 선교기관에 헌금했다.
배수철(80) 목사는 “함께 모여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영혼구원을 위해 전도한다기에 이 교회 나온 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면서 “목사라는 신분이 어디 가겠느냐. 죽기 전까지는 전도하고 선교해야지”라고 말했다.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말 구청이 10㎏들이 쌀 30포를 이 교회 은퇴 목사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미처 쌀을 전달받지 못한 몇몇 목회자들이 따로 찾아와 섭섭함을 토로했노라고 엄 목사는 귀띔했다. 목사라는 이유 때문에 힘들어도 ‘나 힘들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은퇴 목사들의 현실을 보는 듯했다.
예장통합총회 출신 은퇴 목사 모임인 전국은퇴목사회 등에 따르면 은퇴 목사 중 68%가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다. 35%는 자녀들로부터 생활비를 얻어 쓰고 있으며, 정부지원을 받는 빈곤층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장 합동 등 대부분 교단은 은퇴 목사에 대한 총회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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