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 그루지야 · 태국 등 시술인정…中 · 日은 불법…한국은 조항 미비
태국 대리모에게서 태어난 장애아가 호주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사건이 지구촌을 달구면서 대리모에 대한 명암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적인 대리모 산업은 확산일로다. ‘아기공장’으로 낙인찍힌 인도를 포함해 최근에는 미국이 ‘대리모 수출국’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중국, 베트남, 인도 등 대리모 규제 움직임에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등 대리모를 허용한 미국 일부 주의 대리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대리모 찬반논란도 뜨겁다. ‘아이를 생산하는 육체노동’이라는 옹호론에 맞서 ‘생명윤리에 반하는 행위’로 국제적 규제를 강화해야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호주 부모에 버려진 ‘가미’ 지구촌 울린 사연은?=한국에서도 인기 드라마에서 대리모가 소재가 되는 등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번 태국 장애아 ‘가미’ 사건은 전세계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가미 살리기 모금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 방콕 촌부에서 호주 부모와 태국인 대리모 사이의 쌍둥이 남매가 태어났다. 임신 4개월때 태아질환검사에서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자 호주 부모는 대리모에 추가로 1600달러를 주며 낙태를 종용했다.
그러나 독실한 불교신자인 대리모 파타라몬 친부아(21)는 쌍둥이를 출산하기로 한다. 출산 후 호주 부모는 다운증후군 남자 아기 ‘가미’를 버리고 건강한 여자 아기만 데려갔다.
대리모 파타라몬은 가미를 기르기로 했지만 가미는 다운증후군 외에 선천성 심장질환과 폐렴을 앓고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호주 자선단체는 대대적 온라인 모금을 시작해 2일 오후까지 약 500만 바트(약 1억6000만원)를 모아 가미 살리기에 나섰다.
▶대리모 대국…인도 지고, 미국 부상=전세계 대리모 산업은 음으로 양으로 확산하고 있다. 상업적 대리모를 인정한 국가는 인도를 포함해 그루지야, 러시아, 태국,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일부 주가 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불법이고, 한국은 부부의 정자ㆍ난자 매매와 알선을 규제할 뿐 아직 대리모에 관한 조항은 없다.
대리모 천국은 인도다 . ‘아기공장’이라는 오명이 붙는 인도는 2002년부터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 됐다.
인도 대리모 산업은 연간 10억달러(1조320억원) 이상이고, 연간 3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대리모에게서 태어난다.
중국은 ‘한자녀 정책’이 완화되면서 불법 대리 출산 시장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대리 출산으로 태어나는 아기가 1년에 1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대리 출산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은 전국적으로는 1000여 명에 이른다.
중국에서 대리 출산이 증가하는 것은 30대 후반에야 첫 아이를 갖는 경제력 있는 고학력 부부들이 늘면서 이들의 임신이 어려워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밖에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이 불임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새로운 대리모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돈벌이 목적의 대리모를 금지하고 있어 유럽이나, 아시아, 호주 부자들이 미국 일부 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NYT는 올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날 아기는 2000명 이상으로 10년 전의 3배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해외고객이다.
미국이 각광받는 이유로는 정자와 난자 기증자, 대리모가 많다는 이유 외에도 독보적인 의료서비스와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처리가 쉽다는 것이 꼽혔다.
과거 한국 등 아시아와 중남미 등지에서 아이를 입양한 ‘입양아 수입 1위국’ 미국이 이제는 거꾸로 대리모 수출국이 된 것이다.
이밖에 태국에서 행해지는 호주인들의 대리모 출산은 한해 약 2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대리모 비용은?=대리모 출산 비용은 미국과 아시아 국가간 현격한 차이가 난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할 경우 총 15만달러(약 1억55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중 대리모에 2~3만달러(2064만~3100만원)가 주어진다.
이밖에는 난자 기증자(5000~1만달러), 병원(3만달러), 대리모 알산업체(2만달러), 변호사(1만달러)와 보험, 대리모 생필품 등에 쓰여진다.
반면 인도에서 대리모 비용은 1만8000~3만달러(1850만~3100만원)선이다. 이 가운데 약 8000달러(약825만원)가 대리모에게 돌아간다.
태국의 경우, 가미를 출산한 대리모 파타라몬은 호주 부부에게서 1만1700달러(약 12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모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 커=대리모에 대한 국가별 입장차도 크다. 유럽에서는 신이 부여한 ‘잉태권’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독일은 ‘배아보호법’에 따라 난자의 주인이 아닌 다른 여성의 몸에는 배아를 이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영국과 캐나다는 돈을 받지 않은 일종의 자선과 봉사개념의 대리모만 인정해 대리모의 실제 지출비용만 줄 뿐 돈을 목적으로 한 대리모를 금지하고 있다.
대리모가 성행하는 아시아 국가는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 당국은 대리모 산업을 위한 규제책을 마련중이다.
먼저 동성애자와 미혼자의 대리모 의뢰를 막고 대리모 지원 여성의 나이를 21세에서 35세 사이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가미사건을 계기로 대리모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불임대국’ 일본에서 대리모를 조건부 인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질병치료를 위해 자궁을 적출한 경우 대리모를 한정하는 법안을 올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해 내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베트남은 내년부터 인도적인 차원의 대리모 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혼인가족법’ 개정안은 대리모 행위 허용에 따른 윤리적 논란을 감안해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의사 표명과 공증 등의 절차를 의무화하고 대리모 행위는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 대해 단 1회로 제한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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