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및 상담/교육및 진로 상담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운동(오상훈선교사): 욕 달고 사는 초등생들( 욕설도 세계1위?)

맘사라 2013. 12. 2. 15:38

욕 달고 사는 초등생들, 백약이 무효?       

  • 입력:2013.12.02 01:29 국민일보
  •   

 

 


경기도 고양시의 주부 김모(41)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 딸과 TV 연예프로그램을 시청하다 깜짝 놀랐다. 딸의 입에서 “아, X나 재밌어”란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김씨가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라고 다그치자 딸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무슨 뜻인데? 우리 반 친구들 다 쓰는 말이야.”

최근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97%, 중·고등학생의 99%가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비속어뿐 아니라 욕설을 일상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운 말들이어서 뜻도 모른 채 쓰는 일이 다반사인 데다 심지어 욕설인지 모르는 경우마저 있다.

일선 학교에선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고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모퉁이에 설치돼 있는 특별한 쓰레기통도 그중 하나다. 쓰레기통에는 ‘욕은 이곳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이들이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면 그 말을 종이에 적은 뒤 구겨서 이 쓰레기통에 넣게 한다.

담임교사 A씨는 지난 9월 학생들의 언어순화를 위해 이 쓰레기통을 직접 만들었다. 초기에 효과는 큰 듯했다. 아이들은 종이를 구겨서 던져 넣는 재미에 서로의 말투를 지적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개선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3개월 가까이 흐른 지금 욕설 쓰레기통은 옆에 놓인 일반 쓰레기통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유명무실해졌다. A씨는 “학생들의 언어순화를 위해 담임으로서 여러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언어습관이 누적돼 언어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선 ‘언어생활 반성 수첩’을 사용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욕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역할극’을 한 뒤 그 느낌을 수첩에 기입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오래 가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지난 7월 교육부가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선 현장 교사들은 ‘욕설 없는 날’ ‘존대어 사용의 날’ 등 언어폭력 대책들이 실효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실제로 학생들의 언어폭력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3년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폭력유형 중 언어폭력이 3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B교사는 “언어폭력 완화나 언어순화를 위한 정부 대책을 보면 캠페인이나 이벤트성 접근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언어폭력에 대한 정부 대책이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한다. 청소년폭력예방단체 신순갑 정책위원장은 “욕설은 폭력이고 그러므로 하면 안 된다는 식은 너무 단순한 접근법”이라며 “말줄임 문화처럼 10대들의 언어는 그들만의 소통세계를 만들어가는 측면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10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