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건강, 지식, 여행 정보/일반 상식, 지식정보

한국 역사 바로알기: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뿐이다

맘사라 2013. 11. 4. 16:20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뿐이다

 

<칼럼>박태균 서울대 교수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1948년 유엔총회 결의문을 왜곡 오도하지 말아야
 
등록 : 2013-11-04 14:13
강규형 명지대 교수
평소 '한겨레신문'을 안 보기에 전혀 몰랐다가 최근에 한 지인이 나에게 알려줘서 알게 됐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박태균 교수가 필자의 '문화일보' 칼럼(‘歪曲 국사 교과서 修正 거부해선 안돼’ 2013.10. 23)을 한겨레신문 지면(“유엔의 48년 ‘유일 합법정부’ 승인, 38도선 이남인가, 한반도 전체인가” 2013.10.3 )을 통해 비판했다는 것이었다.

건전한 학문적인 비판과 토론은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기에 무슨 내용인지 찾아봤다가 큰 실망을 하게 됐다. 먼저 박 교수는 내가 쓰지도 않은 얘기를 내가 한 것처럼 묘사했고, 나를 비판하기 위해 인용한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저서(‘대한민국 역사’)에 있는 번역문도 거두절미해서 오용(誤用)을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영훈 교수의 해당 주제에 대한 명쾌한 해석은 아예 무시했다.

이 건은 현재 한국사 교과서에 수정권고사항인 항목이기에 하나하나 세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법적 관할권을 선거가 이루어진 지역, 곧 38선 이남으로 한정한 것은 유엔 결의안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며, 원문에는 ‘한국에서’(in Korea)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썼다. 그런데 필자의 칼럼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 필자는 대신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이런 오류(誤謬)의 뿌리는 고(故) 리영희 교수에게 있다. '이 나라는 엄청난 미신으로부터 출발했다. 그것은 한국이 유엔 총회에서 승인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것이다.'(2004년 11월 강연) 1991년부터 시작된 이런 끈질긴 주장은 은연 중에 운동권과 국사학계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는 결의문의 내용을 오역(誤譯)하면서 사실을 왜곡(歪曲)했다. 가장 중요한 결의문 구절을 ‘그 지역(38선 이남)에서 그와 같은 (합법적인)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고 번역했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오역이었다. 원문에는 ‘그 지역’에서란 단어 자체가 없고 ‘한국에서(in Korea)’라고 표기돼 있다. 194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문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체의 관할권을 갖는다는 표현은 없다. 그러나 당시 한반도에 이미 존재하던 ‘두 체제’ 중에 대한민국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은 명료하게 표현돼 있다.“

1948년 12월의 유엔결의문은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유엔감시하의 자유선거가 이루어진 38선 이남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문화일보 칼럼에서 “194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문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체의 관할권을 갖는다는 표현은 없다”고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의문은 아울러 한반도에 이미 존재하던 ‘두 체제’ 중에 대한민국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and that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 이것을 리영희 교수가 이 문장을 아래와 같이 교묘하게 의도적으로 야비한 오역(誤譯)을 했다. “그리고 이 정부가 Korea의 그 지역에서의 그와 같은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 “Korea의 그 지역에서(over that part of Korea)"라는 단어는 위 문장인 관할권 얘기를 할 때 나오는 문구인데 슬쩍 아래 문장에 끼워 넣은 것이다. (박태균 교수는 위 문장과 아래 문장을 헷갈려서 잘못 분석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리영희가 마치 대한민국이 38선 이남에서만의 합법정부라는 거짓 “신화”를 만든 것을 비판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거짓 신화는 학계 일부에서 그냥 통용되고 있었다. 필자의 칼럼이 나간 날 필자의 지인(知人)인 한 학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 자신도 리영희의 번역과 해석을 오랫동안 그냥 믿어오다가 필자의 글을 읽고는 깜짝 놀라 원문을 찾아 읽어보니 필자의 설명이 맞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명기한 194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문 원문.ⓒUN

사실 일부 국사학계가 2011년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논의에서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됐다는 문장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을 빼야 한다고 결사적으로 주장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관할권이 38선 이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38선 이북의 북한정권도 “합법정부”임을 주장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반도 유일한”이란 문구는 결국 집필기준에서 빠지기로 됐다가 필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격한 반론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이 논쟁이 가열될 때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필자가 아래와 같이 발언한 내용이 실려있다.

“강(규형)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가)한반도 전체를 '커버하는' 합법정부가 아니었다는 일각의 지적은 맞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의미"라며 "그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삭제하는 것이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 “교과서 집필기준안 학계 찬반양론 '팽팽'” 2011.10.25).

그런데도 결국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는 집필기준을 어기고 초안에 아래와 같이 왜곡 서술했다. “이후 12월에 열린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를 선거가 가능하였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였다.(p.308)”

대한민국은 역사적 정통성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북한 체제와 차별화됐다. 1948년 12월 12일 파리 샤이요 궁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서 공산권을 포함한 회원국 58개국 중 48개국의 압도적 찬성을 얻어 합법정부임을 승인받았다(찬성 48, 반대 6, 기권 1, 결석 3). 북한은 이러한 적법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그래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란 표현이 빠지면 당시 유엔 승인을 받지 못한 북한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엔 승인을 받았다는 의미가 약해지고 대한민국 정부만 아니라 북한도 그 나름의 논리로 합법 정부로 볼 수 있다는 주장으로 비약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박 교수가 이영훈 교수의 저서에 있는 구절을 언급하면서 필자를 비판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평소 필자와 이영훈 교수는 이 주제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루고 있었다. 박 교수가 인용한 이영훈 교수의 번역은 앞부분에 국한된다. 이영훈 교수는 이어서 분명히 “그리고 이 정부는 한국에서 유일한 그러한 정부라는 것을 선언한다.”(p.142)라고 번역하고 있다. 아울러 이 교수는 144페이지에서 보다 상세히 이 결의안의 의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또한 2011년 일부의 역사학자들이 유엔총회가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적 정부임을 결의하였다는 종래의 통설을 부정하였다. 그들은 유엔총회의 결의는 대한민국 정부가 선거가 실시된 지역 내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하는 취지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위에 제시된 유엔총회의 결의에서 대한민국정부가 한국 전체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살고 있으며 유권자가 자유롭게 투표한 그 지역에서 수립된 합법적 정부이며, 그러한 정부는 한국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유일하다는 뜻은 달리 읽을 수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일부 역사학자들의 잘못된 주장은 위와 같은 유엔총회의 결의를 정독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필자가 평소 주장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 교수의 필자에 대한 비판은 필자가 쓰지도 않은 얘기를 비판하는 우를 범하고 있고, 그 비판의 근거로 든 이영훈 교수의 글도 오용을 했다. 오용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이영훈 교수 본인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히 답변해 줄 것이다.

박 교수는 한겨레신문 칼럼을 아래와 같이 마무리 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결코 왜곡될 수 없다. 이것이 역사의 객관성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 교수 자신이 그런 원칙을 지키지 못한 듯하다. 비판에도 수준이 있고 격이 있는 법이다. 박 교수의 이번 비판은 마구잡이로 이뤄진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글/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