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을 붙인 배, 이만한 애정을 담은 배가 있을까. 세계 최대 해운업체 머스크의 이사회 부의장인 아네 머스크 맥키니 우글라는 아버지의 이름을 단 한 척의 배에만 허락했다. 올 6월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만든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이다. 그는 명명식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따 이 선박을 ‘머스크 맥키니 몰러’로 명명한다”고 말했다. 몰러는 머스크 창업주의 아들이자, 머스크를 세계 최대업체로 성장시킨 사람이다. 그의 이름이 붙은 컨테이너선은 길이 6m, 폭 2.5m, 높이 2.5m인 20피트컨테이너 1만8270개를 실을 수 있다. 이 배가 특정 항구에 접안만 해도 뉴스가 될 정도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배를 20척 수주(총 4조원)했고, 머스크 맥키니 몰러는 그중 첫 번째 완성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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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컨테이너선이 한국 조선소의 도크에서 자라고 있다. 불황에 시름하는 한국 조선업에는 두 개의 산소호흡기가 있다. 하나는 바다에 떠 있는 가스 공장이나 시추선 등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다. 일반적으로 불황으로 물동량이 줄면 선박 발주도 줄어든다. 그런데 요즘 컨테이너선은 예외다. 조선·해운 정보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올 1~9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3022만CGT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 늘었다. 이 가운데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308.5% 늘었다.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이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이전 선주에게 인도된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모두 합쳐 34척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에만 51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인도됐다. 올해는 49척, 내년은 50척이다. 내년 인도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3척 중 1척이 대형 선박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대형 선박으로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이 해운업계의 생존전략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를 운용하는 쪽(해운업체) 입장에선 ‘대대익선(大大益善)’인 셈이다. 머스크에 따르면 ‘머스크 맥키니 몰러’급의 선박을 적절한 속도로 운항하면 중형 여러 척을 운용하는 것보다 최대 35%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고효율은 그저 나오진 않는다. 기술력이 그만큼 받쳐줘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 조선업이 ‘대대익선’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누구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배를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만한 조선소에 선주들의 발주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덕분에 조선 라이벌 중국과 맞설 수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은 한국업체가 10척을 수주했다. 중국은 한 척도 따오지 못했다. 올해 1~9월 한국은 34척을 수주해, 중국(12척)을 훌쩍 앞섰다. 1~9월 수주한 전체 선박 수에선 한국(295척)이 중국(579척)보다 크게 뒤지지만, 적재 용량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에선 한국(36%)이 중국(38.7%)과 엇비슷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최근 3년간 발주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36척은 모두 한국이 싹쓸이했다. 전반적인 배 값(건조가)은 2007년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지만,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면서 대형 선박은 올들어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추세다. 대형 선박이 늘면서 생기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해양 플랜트는 한국이 제조 강국이지만, 핵심 부품 등은 대부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해외 업체에서 만든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컨테이너선은 상대적으로 국산화율이 높고, 그만큼 국내업체의 마진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주가 믿고 맡기는 데는 한국의 조선 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머스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때 머스크는 “한계를 뛰어넘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나온 게 ‘트리플-E’ 컨테이너선이다. 규모의 경제와 친환경, 에너지 효율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뜻이다. 우선 낭비되는 열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엔진에서 발행하는 열은 폐열회수장치(WHRS)를 통해 모두 재활용하도록 만들었다. 엔진 추진 축에 발전용 코일을 감아서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샤프트 제너레이터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나오는 전기는 발전기 한 대(800㎾) 몫을 한다. 파도저항을 최소화한 U자형 선형, 기포에 의한 부식을 최소화한 프로펠러 등도 한국 조선소가 한 발 앞서 있다. 이런 기술이 들어가면서 ‘트리플-E’ 컨테이너선은 기존 배에 비해 연료를 20% 절감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실어나르는 데다, 연료까지 줄인 셈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30% 줄였다. 이 배는 1t의 화물을 1㎞ 운반하는 데 3g의 이산화탄소를 뿜는다. 트럭의 경우는 47g, 기차는 18g이다.
현대중공업은 전자제어식 엔진을 탑재해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를 조절하도록 했다. 또 바다 오염 요인으로 지적된 평형수(선박이 짐을 싣지 않았을 때 충분히 물에 잠겨 균형을 잡도록 하기 위해 싣는 바닷물)를 자외선 살균과 전기분해하는 장비도 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550여 척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쌓은 설계 기술력도 해외 업체는 흉내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TEU·CGT TEU는 컨테이너 선박의 적재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 일반적인 20피트컨테이너 박스(길이 6m, 폭·높이 각 2.5m)를 몇 개 실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표준화물선환산톤(CGT)은 선박의 단순 무게에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 표준적인 화물선을 1로 했을 때 크루즈선이나 초대형 LNG선처럼 고급 기술이 들어가는 선박일수록 높은 환산계수를 곱해주는 식이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한국 조선소의 도크에서 자라고 있다. 불황에 시름하는 한국 조선업에는 두 개의 산소호흡기가 있다. 하나는 바다에 떠 있는 가스 공장이나 시추선 등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다. 일반적으로 불황으로 물동량이 줄면 선박 발주도 줄어든다. 그런데 요즘 컨테이너선은 예외다. 조선·해운 정보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올 1~9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3022만CGT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 늘었다. 이 가운데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308.5% 늘었다.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이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이전 선주에게 인도된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모두 합쳐 34척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에만 51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인도됐다. 올해는 49척, 내년은 50척이다. 내년 인도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3척 중 1척이 대형 선박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대형 선박으로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이 해운업계의 생존전략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를 운용하는 쪽(해운업체) 입장에선 ‘대대익선(大大益善)’인 셈이다. 머스크에 따르면 ‘머스크 맥키니 몰러’급의 선박을 적절한 속도로 운항하면 중형 여러 척을 운용하는 것보다 최대 35%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고효율은 그저 나오진 않는다. 기술력이 그만큼 받쳐줘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 조선업이 ‘대대익선’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누구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배를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만한 조선소에 선주들의 발주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덕분에 조선 라이벌 중국과 맞설 수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은 한국업체가 10척을 수주했다. 중국은 한 척도 따오지 못했다. 올해 1~9월 한국은 34척을 수주해, 중국(12척)을 훌쩍 앞섰다. 1~9월 수주한 전체 선박 수에선 한국(295척)이 중국(579척)보다 크게 뒤지지만, 적재 용량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에선 한국(36%)이 중국(38.7%)과 엇비슷할 수 있는 이유다.
해외 선주가 믿고 맡기는 데는 한국의 조선 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머스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때 머스크는 “한계를 뛰어넘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나온 게 ‘트리플-E’ 컨테이너선이다. 규모의 경제와 친환경, 에너지 효율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뜻이다. 우선 낭비되는 열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엔진에서 발행하는 열은 폐열회수장치(WHRS)를 통해 모두 재활용하도록 만들었다. 엔진 추진 축에 발전용 코일을 감아서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샤프트 제너레이터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나오는 전기는 발전기 한 대(800㎾) 몫을 한다. 파도저항을 최소화한 U자형 선형, 기포에 의한 부식을 최소화한 프로펠러 등도 한국 조선소가 한 발 앞서 있다. 이런 기술이 들어가면서 ‘트리플-E’ 컨테이너선은 기존 배에 비해 연료를 20% 절감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실어나르는 데다, 연료까지 줄인 셈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30% 줄였다. 이 배는 1t의 화물을 1㎞ 운반하는 데 3g의 이산화탄소를 뿜는다. 트럭의 경우는 47g, 기차는 18g이다.
현대중공업은 전자제어식 엔진을 탑재해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를 조절하도록 했다. 또 바다 오염 요인으로 지적된 평형수(선박이 짐을 싣지 않았을 때 충분히 물에 잠겨 균형을 잡도록 하기 위해 싣는 바닷물)를 자외선 살균과 전기분해하는 장비도 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550여 척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쌓은 설계 기술력도 해외 업체는 흉내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TEU·CGT TEU는 컨테이너 선박의 적재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 일반적인 20피트컨테이너 박스(길이 6m, 폭·높이 각 2.5m)를 몇 개 실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표준화물선환산톤(CGT)은 선박의 단순 무게에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 표준적인 화물선을 1로 했을 때 크루즈선이나 초대형 LNG선처럼 고급 기술이 들어가는 선박일수록 높은 환산계수를 곱해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