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및 상담/부부, 결혼 상담

부부상담: 시간 변화에 따른, 부부 사이의 다섯 차례 위기

맘사라 2014. 11. 12. 19:55

시간 변화에 따른, 부부 사이의 다섯 차례 위기

입력 : 2014.11.06 18:51   

김충렬 박사의 ‘부부상담’ [1] 기초이해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장 부부상담에 대한 기초이해(1)

부부란 본래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신비한 결합을 이룬 것이다. 이 남녀의 결합은 결혼을 기초로 하기에 결혼생활, 부부생활, 부부관계 등의 용어를 동일하게 사용한다. 부부는 생활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함께 경험하게 되므로, 결혼은 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하거나 새롭게 적응해야만 한다.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부부생활에 대한 갈등이 일어나 부부의 의미가 달라지는 상황으로 발전된다. 그것은 변화의 적응을 위해 부부에게 부부간 조화, 결혼에 대한 올바른 인식, 공동의 협력 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1. 부부상담의 이해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부부상담은 사실상 가족상담과 겹치기도 한다. 부부는 가족의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부모 중심의 가족과 자녀 중심의 가족이 있지만, 본래는 부부 중심의 가족이 되어야 한다. 부부상담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 몇 가지를 구분해 보자.

1) 부부상담의 정의

부부상담은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상담이다. 물론 여기에는 부부간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요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부부상담은 부부간 조화로서 부부가 함께 생활 가운데 드러나는 부부간 장, 단점의 차이를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면 부부에게는 서로의 차이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부부간 차이에는 성격, 행동습관, 감정표현, 가치관, 흥미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 조화 가운데 보완관계가 이루어져야 함을 뜻하며, 그렇지 못하면 부부갈등의 요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는 부부가 결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갖는가도 작용한다. 결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란 부부관계의 변화를 인식하는 문제와 관련되는 점에서다. 실제로 부부는 결혼하면서부터 서로의 관계에서부터 일단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호칭, 애정표현 방식, 부부의 역할과 권리, 친인척과의 관계 등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두 사람이 결혼 전의 연인관계와는 현격하게 다른 것으로서 부부는 연애상대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지는 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것은 부부가 이른바 삶의 동반자로서 공식적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삶의 동반자인 부부는 이제 공동으로 협력하면서 살아야 하는 관계이다. 공동의 협력이란 부부가 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함께 대처하는 것 뿐 아니라, 각자에게 부과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부부는 남편으로서 또는 아내로서 담당해야 할 과업들을 서로가 잘 수행함으로써 생활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에는 물론 남편의 가정경제에 대한 책임, 시댁(媤宅)이나 처가(妻家)에 대한 배려, 아내의 자녀양육과 시부모의 봉양 등이 우선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그 외에도 부부의 성(性)관계, 역할분담, 시댁과의 관계, 처가와의 관계, 친구 및 사회적 관계를 공동협력으로 대처해야 한다.

부부는 전술한 부부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면, 갈등관계 및 심각한 위기의 관계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것은 부부생활 부적응과 불만족으로 부부가 서로 어려운 위기를 만나거나, 심리적 괴로움의 갈등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부부생활의 위기란 대개 부부가 일반적인 것과 특별한 것으로 구분되며, 부부간 갈등이란 그 증상 정도에 따라 일정한 단계형태가 있다. 이는 후술하기로 한다.

2) 결혼을 통한 부부

일반적으로 부부는 각기 다른 남녀가 하나를 이루어 가정이 된다. 이런 부부는 근대와 현대에 이루어진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이다. 이러한 주장은 아직도 양론으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일부일처제를 강조하면서도 종속적인 관계가 여실히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가정의 출발은 남녀가 사회나 관습상으로나 법률상으로 인정하는 결혼을 통하여 부부가 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것은 비(非)혈연자 사이에 맺어진 비교적 영구한 계약관계이다.

이 관계는 남녀라는 이성(異性) 사이의 생리적인 상호보충 기능을 기반으로 심리, 경제 및 사회적으로 의존하는 밀접하고 총체적인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부는 새로운 가족이 된다. 이런 경우 가족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공리적 계약보다는 성질이 더욱 복잡하고, 사적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공리적인 계약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함께 생활해 나가는 것이 실제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녀를 갖게 됨으로써 부모라는 공동책임과 역할이 부가된다. 따라서 부부가 되어 이룬 가족은 일정한 장소에서 같이 생활하는 동거집단이며, 애정적으로 함께 기거하고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된다. 그리하여 부부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생활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부부가 가족의 중심이 되는 것을 중요시해야 한다. 가족의 영어 ‘family’는 라틴어의 Familia에서 파생한 것으로 ‘재산’ 또는 ‘노예’를 뜻하는데, 이 재산은 물건과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중에 인간만이 갖는 가족의 의미로 사용하게 됐다. 실로 가족은 사회조직의 가장 원초적 집단으로서, 개인이 태어나서 자라며 그의 인격이 형성되는 보금자리이다. 가족 속에서 자아중심적 어린아이들이 공동체로 연결되며,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사회적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훈련장이 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부부의 개념이 인간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의 구조 속에서 서로 협동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임을 인식하게 된다. 특히 가족이라는 집단은 사회의 가장 근본이 되는 단위로서, 한 인간이 태어나 자신의 삶을 시작하고 대부분의 인생경험을 겪게 되는 장(場)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가족 내에서 인생 전반의 기대, 실망, 갈등, 기쁨 등을 나누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 속해 있는 가족환경의 건강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체 및 심리, 그리고 정신적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부부관계에 대한 견해를 참고할 수 있다. 그것은 부부관계에 대한 대조성을 드러낸다. 근대사회에서의 부부관계는 깊은 애정과 굳건한 정절을 기초로 결합해야 한다는 브론스키(A. Bronsky)의 주장과, 부부간의 성(性)관계는 일부일처제로서 인격적 관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칸트(I. Kant)의 주장은 매우 온건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쇼펜하우어는 ‘집단혼인’을 제안함으로써 부부간의 비인격적 조성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집단혼을 제안한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므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아내에게 인정해 주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는 자연에 거역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견해도 있다는 것을 알고 넘어가자.

3) 부부의 갈등

부부생활은 어느 정도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부부관계를 ‘갈등’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갈등을 잘 해소하거나 조정하는 부부는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그렇지 못하는 가정의 경우 계속 문제를 유발한다. 이런 갈등은 오늘날 부부의 위기를 조장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그 갈등은 부부위기의 극대치인 이혼의 증가를 초래하기도 한다. 더 이상 부부위기로 인한 사회 문제를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사회 역시 이 부부위기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서 부부문제 상담에 관한 서적들은 서구인들의 결혼생활 이론을 중심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서구적 이론들은 한국인의 부부문제에 대해, 결혼의 실상보다 결혼의 허상을 다루는 시행착오적 현상을 일으킨다. 우리의 실정에 어울리지 않는 가치의 왜곡은 심리적, 정신적, 인격적 문제를 배제시키는 온상이 된다. 더욱이 부부는 종교를 서로 다르게 가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개인이 종교를 갖게 됨으로써 발생되는 영성적 가치는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가치들 가운데 상위가치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아마도 우리 사회의 변화된 가치관의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사회체제 변화의 영향으로 산업화를 이루었다. 그것은 인구의 도시집중과 핵가족화를 불러일으켰다. 또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가문중심의 구조에서 현대사회의 개인중심에로의 전환을 이루어 개인의 능력과 성취도를 중요시하며, 배우자 선택에서도 가문의 의견보다 점차로 개인의 의견이 우선시되고 있다. 나아가 남녀평등의 영향으로 가족 내 전통적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분명하던 역할분담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아, 직장 일에도 우선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체제로 인해서 부모와 자녀 사이는 물론, 부부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전처럼 용이하지 못한 실정이 되고 있다.

이런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가족제도에서도 많은 변화를 산출하고 있다. 그것은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의 변화, 그리고 사회구조의 변화가 부부관계의 사이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다만 그것이 부부관계에 갈등이나 위기가 발생할 때 이를 새롭게 하는 일에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것이 놀랍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부부관계에서도 갈등과 위기가 점차로 고조되는 실정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부부생활의 위기

부부는 함께 생활해 나가는 중 종종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부부의 위기는 성격상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부부생활의 발전과 퇴보의 결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부부의 위기에는 크게 자연적 위기와 돌발적 위기로 구분된다. 자연적 위기는 일반적 위기로서 부부가 생활하면서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이다. 그에 비해 돌발적 위기란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하여 부부간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두 위기의 특징과 차이점은 물론 부부상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부부이해의 기초이다.

1) 자연적 위기

부부생활의 자연적 위기(developmental crisis)란 결혼에서 자연적으로 겪게 되는 일반적인 어려움이다. 위기(crisis)란 본래 위험한 고비(crucial time), 어떤 일의 전환점(turning)이지만, 부부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생활 변화로 겪게 되는 것이면서 부부간에 발생하는 일반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부부의 자연적 위기란 보편적 위기로서 예측이 가능하며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겪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부의 자연적 위기란 결혼 만족도와 관계가 있다. 대개 결혼 초에는 만족도가 높지만, 결혼생활이 지속되면서 만족도가 하강하면서 나타난다. 결혼 만족도는 가족주기(life cycle)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자연적 위기가 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가족주기에 따른 만족도는 바로 부부의 위기가 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가족주기는 위기의 6단계를 의미하는 시기로서 다음과 같다. 첫째로 신혼기의 위기이다. 신혼기는 결혼생활이 시작되는 결혼 후 1년의 기간으로, 가장 행복한 시기이다.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최고도의 상태이며 애정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결혼과 더불어 새롭게 형성된 시댁 및 처가와의 관계나 부부간 개인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세계관, 가치관, 성격 차이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부부생활의 적응을 위한 심리적 부담과 압박감 속에서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이러한 갈등과 마찰을 우리는 신혼기의 위기라 부른다.

둘째로 자녀출산과 양육기의 위기이다. 이 기간은 첫 아기 출산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로, 새로운 역할 변화를 가져온다. 출산으로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즐거움을 경험하지만, 양육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생활적응, 산후조리 문제, 신생아 양육, 신생아 중심 생활로의 전환에서 오는 갈등이다. 특히 아이 양육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해 부부간 협력이 중요시된다. 아이가 3-4살이 되어 행동이나 활동량이 많아지면 양육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때 서로에게 심리적인 고충이 따르게 된다. 이러한 고충으로 흔히 부부는 새로운 양태의 갈등과 마찰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셋째로 학부모기의 위기이다. 학부모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학부모가 되는 초등학교 시기이다. 이때 부부는 자녀교육에 대한 서로간의 견해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은 부부가 각기 다른 성장환경에서 교육받은 경험으로 인해 야기되는 교육관에서 비롯된다. 물론 자녀에게 더 바람직한 교육을 시키기 위한 공통된 목적이 있지만, 자칫 서로가 무시당하는 느낌에서 다른 것으로 비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비교적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는 첫 아이의 학부모가 되는 자녀의 초등학교 시기에 일어날 수 있다.

넷째로 자녀 성장기의 위기이다. 자녀 성장기는 자녀가 청소년이 된 시기로서 자녀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기간이다. 자녀가 성장하여 청소년이 되면 신체적으로 거의 완벽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자아정체감이 확립되어 독립적 성격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부부는 자녀들로부터 반항과 반발이라는 새로운 저항을 받음으로써 서로의 정체감과 자신감에 대한 위협과 도전으로 인한 위기감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부는 초긴장 상태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등 부부의 생활이 자녀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부부가 자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새로운 갈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있는 자녀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의 부담을 지게 된다. 이는 자녀에게 매우 부담스러워, 경우에 따라 많은 갈등과 절망감을 유발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때 부부는 자녀의 심리적 절망감을 돌봐야 하고, 사회적 체면손상의 심리적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부담이 부부에게는 또 다른 위기를 경험하게 하는 요소일 수 있다.

다섯째로 자녀 결혼기의 위기이다. 자녀 결혼기는 자녀가 청년이 된 대학생 시기부터 결혼 전까지의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대학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나가 일하게 될 직업선택, 그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자녀의 배우자 선택 문제는 가장 큰 부모의 고심거리다. 부모가 자녀의 결혼 상대자에 대한 반대의견을 갖는 경우 부모와 자녀간에 심한 갈등이 일어나게 되며, 자녀의 결혼에 지원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갈등이 촉발되기도 한다. 자녀가 출가하고 나면 부부는 ‘빈둥지-증후군’ 현상을 겪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 기간을 부부의 위기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으로 인해 부부의 심리적 변화가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관점에 기초하는 것이다.

여섯째로 노년기의 위기이다. 노년기는 직장에서 퇴직을 하여 사회에서 물러나는 시기로서 인생을 마무리 하는 때이다. 이 시기의 부부는 모두 신체적으로 노쇠해지고 사회적 측면에서 후퇴하여 허전해 하는 심리와 경제적 및 사회적 능력도 감소한다. 부부는 인생의 차선으로 물러나는 소외감을 여기저기서 경험하며 생활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더욱이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으면 홀로 여생을 보내야 하는 외롭고 어려운 시기가 되기도 한다. 이때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에 대해 긍정적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자기 존재의 가치에 대한 발견을 새롭게 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될 수도 있는데, 이는 부부가 마지막으로 겪게 될 자연적인 위기이다,

2) 돌발적인 위기       

돌발적 위기(accidental crisis)란 예외적이고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비일상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돌발적 또는 우발적인 위기는 부부가 생활하면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인생의 사건이나 생활 변화에 의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상황이다. 앞에서 살펴 본 자연적 위기는 결혼의 예상되는 변화로서 수긍하기 쉽고 수용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 그에 반해 돌발적 위기는 부부생활에 대단한 충격과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돌발적 위기에는 발병, 남편의 직장이나 사업실패, 경제파탄, 외도, 갑작스러운 사별 또는 정신질환, 자녀의 탈선 및 발병, 고부간의 갈등, 각종 사고 등이 있다. 대개 돌발적인 위기는 부부의 관계를 심각한 파탄에 이르게 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이때 부부의 서로 간의 지혜와 사랑이 가장 필요하지만, 잘못 대처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까지 서로의 관계 정도에 따라 대처 양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정적인 측면으로 대처하게 되면, 부부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문에 돌발적 위기에서는 부부간의 상호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돌발적 위기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첫째로 부부생활에 공조를 무너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갑작스런 돌발사건은 그 특성상 생활기반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잠재된 결혼의 기대와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 결과로 서로간의 공조를 위해 인내해 오던 특성들이 순간적으로 파괴되는 위험성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이 경우에 부부가 서로간의 튼튼하고도 견고한 공조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생활의 상태에 있다면 돌발적 사건으로 인해 공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부부 관계는 기본적으로 성공적인 부부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관계와는 거리가 있다.

그것은 부부가 갖는 주관적인 행복감, 기본적인 욕구충족, 인격성숙과 잠재능력의 발휘, 이해와 수용, 상호간의 행복에 깊은 관심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헌신하는 것, 효율적인 대화와 생산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등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랑, 유머, 대화, 의무수행, 동료감, 성실성, 참을성, 융통성, 원만한 성관계, 함께 나눔 등의 요소에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거나 되어 온 것은 물론이다.

둘째로 부부간의 마찰과 갈등이 증폭된다. 갑작스런 사건의 발생은 부부의 마찰과 갈등을 더욱 자극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서로간의 신뢰가 확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부부간의 확고한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란 대개 행복한 부부생활과는 반대되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며,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는 생활이다.

그것은 성공적인 부부가 갖는 결혼생활의 지속성, 결혼생활에서의 갈등, 다툼, 불안의 문제가 적은 것, 부부간의 일체감과 응집력이 높은 것, 서로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 및 지원하는 관계, 생활의 주요문제에 대한 의견의 일치도가 높은 것, 결혼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과 행복감이 높은 것, 사회적 요구와 기대에 부합된 생활 등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것 등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심리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게 되어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내면에 자리한다. 이때 돌발적인 위기의 발생은 감당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부부관계의 갈등과 마찰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셋째로 부부생활의 스트레스를 높이게 된다. 부부생활의 스트레스는 부부생활로 인해 겪게 되는 일종의 긴장감으로서 정서, 생리, 인지적 행동에 부정적인 행동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발생되는 원인으로서는 부부생활의 일상적인 작은 사건이나 변화 또는 위기적인 돌발적 사건이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스트레스는 개인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일어나는 특성 때문에 일반화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흔히 부부간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거나 생활을 견디어내기 힘든 경우라면 쉽게 작용되는 측면이 있다. 이때 부부간의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으로서는 서로간의 욕구의 좌절, 결핍현상, 갈등상황의 발전 등으로 나타난다.

부부생활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되면 스트레스의 일반적인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경보적 반응단계(alarm reaction stage)로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충격을 해소하려 적응에너지를 사용하여 방어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저항단계(resistance stage)로서 스트레스 자극에 대하여 적절하게 대처하는 저항으로 신체 및 심리에 이상이 일어나지 않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탈진단계(exhaustion stage)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적응 에너지가 고갈되어 심리적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그 대처 여부에 따라 심각한 파경으로 치닫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3.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부부상담에 대한 기초이해에 대하여 기술했다. 부부란 본래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신비한 결합을 이룬 것이다. 이 남녀의 결합은 결혼을 기초로 한 생활이기에 결혼생활, 부부생활, 부부관계 등의 용어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다. 부부는 생활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함께 경험하게 되므로, 결혼은 그 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하거나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되면, 부부생활에 대한 갈등이 일어나 부부의 의미가 달라지는 상황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부에게 변화의 적응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조화, 결혼에 대한 올바른 인식, 공동의 협력 등이 요구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