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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入社用(입사용) 성형'에 해외연수까지… 高스펙·高비용 악순환

맘사라 2014. 8. 29. 23:49

[스튜던트 푸어 34만명 시대] '삼성 入社用(입사용) 성형'에 해외연수까지… 高스펙·高비용 악순환

  • 입력 : 2014.08.28 05:46 | 수정 : 2014.08.29 17:33

    [2] 왜 이렇게 많아졌나

    자소서·모의면접 등 수천만원 "지방대는 이렇게라도 해야…"
    考試 택해도 학원비만 700만원… 막노동으로 비용 마련하기도
    전문가 "획일화된 스펙 경쟁에 빚까지 져가며 사교육비 지출"

    "이 종이 한 장 채우는 데 5000만원 들었어요."

    지난 2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이모(25)씨가 자신의 이력서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취업을 위해 대학 4년간 5000만원 가까운 돈을 스펙 쌓기에 쏟아부었다. 등록금 2000만원, 미국 교환학생 왕복 비행기삯·기숙사비·생활비 1000만원, 영어 학원비 120만원, 대기업 입사용인·적성검사 문제집 등 책값으로 80만원이 들었다.

    3학년 겨울방학 때는 1500만원을 들여 양악수술도 받았다. 그는 "내 인생이 걸린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삼성형 얼굴'(삼성그룹이 면접 때 선호한다고 알려진 얼굴형)이니 뭐니 그런 말이 들리는데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 앞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 게시판에 붙어있는 강의 홍보물을 보고 있다. 이 학원 수강료는 한 강의당 40만원, 종합반은 700만원이 넘는다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 앞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 게시판에 붙어있는 강의 홍보물을 보고 있다. 이 학원 수강료는 한 강의당 40만원, 종합반은 700만원이 넘는다. /김지호 기자
    자기소개서는 200자당 8만원을 주면 '합격용'을 써준다는 대필 작가에게 맡겼다. 원하는 기업 3곳을 골라 1000자짜리 3편을 맡기고 120만원을 줬다. 면접학원에서 주 1회 발성 연습과 모의 면접을 하며 한 달 40만원을 썼다. 그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방대생이 취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스펙에 투자하는 만큼 생활은 궁핍해졌다. 그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에게서 월 30만원씩 용돈을 받으면서 당구장 아르바이트와 해수욕장 파라솔 대여 아르바이트를 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끊었다. 식사는 무조건 집에서 해결한다. 이씨는 "알고 보니 어머니가 나 때문에 1000만원이 넘는 빚을 졌더라"며 "'네가 얼른 합격해서 갚아달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올 상반기 취업에 실패했다.

    '스튜던트 푸어'를 양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부담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다. 시민단체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가 올해 취업 준비 경험이 있는 전국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월평균 사교육 지출액을 조사한 결과 외국어 관련 비용이 약 20만원, 각종 시험 준비 비용 약 18만5000원, 전공실무 관련 비용 약 26만원, 기업 입사 준비 비용이 약 30만원에 달했다.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지금 대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뿐 아니라 양질의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추가적 사교육비 지출까지 감수하고 있다"며 "취업 준비생에게 정규 학업과정 외에도 별도의 준비를 요구하는 '기업의 개별 시험 제도'와 '획일화된 스펙 경쟁'이 이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취업 준비 월평균 사교육 지출액 그래프

    서울의 4년제 여대를 졸업한 이모(26)씨도 아나운서직을 준비하며 6230만원을 썼다. 4년간 등록금 2800만원에 유명 아나운서 아카데미 3군데에 등록했더니 9개월 만에 1250만원이 나갔다. 여드름성 피부라 피부과에 1500만원을 쏟아부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돈이었다. 이력서에 제출하기 위한 프로필 사진 찍는 데 30만원, 헤어와 메이크업 비용 10만원, 면접용 재킷과 원피스 구입 비용이 150만원이었다. 이씨는 "아나운서나 항공기 승무원 면접에는 연예인이 받는 값비싼 헤어와 메이크업이 필수"라며 "과거에는 기업이 면접비를 줬다고 하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어 (면접을) 볼수록 빚만 는다"고 했다.

    이씨는 이 비용을 대기 위해 태권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강연회장 안내 일을 했다. 친구가 만나자고 연락해오면 "몸이 아프다"고 둘러댄다. 볼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리고, 꼭 사야 하는 책이 있으면 중고 서점을 뒤진다. 면접 때 입을 옷 외 일상복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한다.

    그렇게 투자해도 취업은 어렵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작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기업 270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평균 경쟁률은 85대1이었다.

    고(高)스펙을 위한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아예 스펙이 필요없는 고시 공부에 매달린다. 그러나 고시 공부도 '돈 싸움'이 된 지 오래다.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녔던 강모(25)씨는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시 공부를 택했지만 1주일도 안 돼 환상이 깨졌다"고 했다. 강씨는 "고시촌에서도 종합반을 수강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계층이 나뉜다"고 했다.

    고시촌에서 '필수 합격 프로그램'이라고 통하는 한 학원의 '행정고시 1·2차 종합반' 수강료는 740만원. 학원 측은 "30% 할인해 740만원이지 단과로 다 들으려면 1000만원쯤 든다"고 했다. 일시불로 700만원을 낼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은 필요한 몇 과목만 듣는다. 한 과목당 수강료는 40만원 선이다. 고시촌에는 막노동 혹은 저임금 노동으로 학원비를 벌어 공부하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하러 나가는 고시생도 적잖다. '저임금 노동→고시 준비→저임금 노동'의 굴레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태희 박사는 "빚을 져가며 취업 비용을 대고 고시에 올인하는 것은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있기 때문"이라며 "'첫 직장은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첫 직장을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징검다리'로 생각한다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부채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