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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젓가락 사용이 뇌 기능 향상: ‘자동차 박사’ 김필수 대림대 교수 쇠젓가락 전파 앞장

맘사라 2013. 11. 30. 02:27

‘자동차 박사’ 김필수 대림대 교수 쇠젓가락 전파 앞장

입력 2013-11-29 20:10:36, 수정 2013-11-29 23:44:21

우리 고유의 쇠젓가락 문화 쇠퇴 안타까워

“지난 9러시아, 베트남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옻칠이 된 나무젓가락을 그 나라 정상에게 선물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젓가락은 쇠젓가락인데, 일본이 자랑하는 옻칠 나무젓가락이라니요. 청와대조차 우리 고유의 쇠젓가락 문화를 모르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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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만난 ‘젓가락 박사’ 김필수(54)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이렇게 장탄식부터 늘어놨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쓰면서도 변변한 공예품조차 없는 현실에 한숨만 난다고 한다. 그는 “에도시대부터 장인이 옻칠 나무젓가락을 만든 일본에서는 백화점이나 전통문화 상점마다 선물용 나무젓가락 세트가 즐비한데, 우리 인사동(서울)에서는 쇠젓가락 보기가 힘들다”며 혀를 찼다.

우리 식생활에서도 쇠젓가락이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호텔 식당가는 이미 일본 젓가락이 판을 치고 있죠. 일반 식당에서도 플라스틱 젓가락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도시락을 보세요. 젓가락 대신 포크가 버젓이 자리 잡았어요. 군에서는 포크 겸용 수저만 쓰지 않습니까.

그는 쇠젓가락 문화의 쇠퇴 배경을 교육의 부재에서 찾는다. 올바른 쇠젓가락질을 배우지 못한 기성세대 탓이라는 것이다.

“성인을 상대로 젓가락질 실태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3명 중 2명꼴인 67%가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중 95%는 본인이 올바르게 쓰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대상 조사에서는 올바르게 하는 아이가 20%에 불과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 상당수는 ‘X’자 형태로 젓가락질을 했다. 이래서는 면과 같은 미끄러운 음식을 들어올리기 힘들다. 성인 남성은 중지를 젓가락 위에 올려놓는 이들이 많았다. 김 교수는 “쇠젓가락을 제대로 쓰려면 64개 근육과 관절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때 손의 감각은 극대화되고 이에 협응하는 뇌 기능도 좋아진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29 서울 양재동의 커피숍에서 한민족 쇠젓가락 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18번째 종합우승, 세계 양궁 제패를 비롯한 한민족의 우수한 손재주는 쇠젓가락질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재문 기자

자동차학과 교수인 그가 젓가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 제자와 밥상머리에 함께 앉게 되면서부터다. 젓가락질은 물론이고, 어른이 들기 전에 수저를 들면 안 되는 기본 예의범절조차 모르는 아이, 제자를 보면서 ‘밥상머리 문화’를 복원해야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밥상머리에서 모든 예의범절을 배웠습니다. 쇠젓가락질이 어린이에게 좀 어렵습니까. 하지만 부모님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예의범절을 체득했고요. 밥상머리에서 제대로 쇠젓가락질을 배우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예의범절을 모른다고 탓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젓가락이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지고, 우리 미래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걱정이다. 그가 2003년 쇠젓가락질을 쉽게 익힐 수 있는 기능성 젓가락을 발명해 보급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11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지정하려는 운동에 나선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다.

이런 현실에도 정부는 어린 학생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는 일조차 관심이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젓가락질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젓가락질 좀 한다’는 저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설명 자체가 애매모호하다”며 “일본과 중국처럼 정부가 국내외에서 쇠젓가락 문화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와 더불어 젓가락 종주국을 다투는 일본과 중국은 일찍이 젓가락 국제화에 나섰다. 84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한 일본은 젓가락 박물관을 세우고, 국민을 상대로 ‘젓가락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젓가락 축제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역시 해외 대사관이 운영하는 공자학당에서 젓가락 문화를 전파하는 데 힘쓴다. 김 교수는 “중국 지성계에서는 심각한 삼림벌채를 피하고자 한국의 쇠젓가락 문화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인데, 우리 공자학당 격인 세종학당이 쇠젓가락질을 가르친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일갈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