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건강, 지식, 여행 정보/세상에 이런일이

로봇이 수술하는 시대: 로봇 수술을 받기 전에 따져봐야 할 4가지

맘사라 2013. 11. 29. 00:44

로봇 수술을 받기 전에 따져봐야 할 4가지

  • 28. November 2013, 15:09:59 KST By Stewart Pinkerton
 
Getty Images
로봇 수술은 짧은 입원 기간 등 환자 입장에서 장점이 존재하지만, FDA에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자궁절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로봇 수술을 제안했다고 가정하자. 의사 손으로 직접 수술하는 대신, 콘솔에 앉아 미세한 수술 도구가 장착된 로봇 팔을 조작하는 수술 방법이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대답을 망설이는 것도 당연하다. 로봇 수술에 관한 끔찍한 루머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로봇 수술 도구가 혈관을 잘못 베어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는둥 온갖 끔찍한 이야기들이 나돈다.

로봇 수술 중에 발생한 부작용으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는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도 “로봇 자궁절제술은 자궁을 최소로 절개하는 유일한 방법도, 최선의 방법도 아닐뿐더러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지도 않다”는 경고성 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로봇 수술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환자마다 상황은 다르며 로봇은 수술 도구일 뿐이다. 수술 방식보다는 로봇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전문의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떤 수술법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 고려해보면 좋을 만한 4가지 사항을 정리해봤다.

로봇 수술이 증가하는 이유는?

2000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 건수는 1,000건에 불과했다. 2011년에 로봇 수술 건수는 36만 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45만 건이다. 로봇 수술 옹호론자는 장점이 많아 로봇 수술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출혈이 적고 입원 기간도 짧으며 수술 후 진통제 의존도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흉터가 크지 않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복강경 수술처럼 최소 부위만 절개하면 로봇 수술 도구가 몸 속으로 들어간다.

의사 입장에서 로봇 수술은 덜 피로할 수 있다. 의사들은 수술대 위에 몸을 굽히고 있는 대신 수술 현장을 총천연색 3차원 영상으로 확대해서 보여주는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다. 뉴욕 소재 마운트 시나이 병원 이비인후과의 에릭 겐덴 과장은 목구멍 뒤처럼 비좁은 공간을 수술할 때 확대 스크린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WSJ
전 세계 로봇 수술 건수 연도별 추이: 크게 보기

로봇 수술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의학적 편의성 때문이 아니라 신기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다. 존스홉킨스에서 췌장 전문 외과의로 활동하는 마틴 마커리 교수는 로봇 수술법을 안전하고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봇 수술이 보급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다며 이렇게 평했다.

“우리는 신기술이 나오면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문화권에 살고 있다. 엄격하고 표준화된 기준으로 평가를 거치지도 않고 혁신적인 신기술을 무조건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원들이 새로운 환자를 유치하고 경쟁 우위에 서려고 앞다퉈 ‘장비 경쟁’을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고속도로 옥외광고나 인터넷 배너광고에서는 로봇 암수술이 예후가 좋다고 암시한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이 그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없다고 반박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관리감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다. 로봇 수술을 받고 합병증이 생겼다는 환자들이 늘자, 매사추세츠주 보건 당국은 지난해 3월 주내 병원에 주의를 요하는 다음과 같은 주의보를 발령했다.

“어떤 신기술이든 그렇겠지만, 해당 환자가 로봇 수술을 받기에 적합한 대상인지 먼저 고려하고, 모든 수술 방법의 위험성과 장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프로토콜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

로봇 수술, 어떤 위험이 있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로봇 수술 부작용 사례 접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러쉬의과대학병원과 일리노이주립대, MIT 의료진이 민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로봇 수술로 인한 사상률은 2004년에는 수술 10만 건 가운데 13.3건 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약 50건 꼴로 늘었다.

반면 로봇 수술 장비 분야를 선도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이하 인튜이티브)’은 로봇 수술로 인한 사상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의료 사고가 늘자, FDA는 올 초 인튜이티브를 내사했다. 올 7월에는 인튜이티브에 경고문도 발송했다. FDA는 인튜이티브가 수술용 로봇 ‘다빈치’의 안전 요건을 개선하지 않았다며 ‘추가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튜이티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에 제출한 서류에서 “FDA 경고문을 받고 시정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인튜이티브는 또한 FDA 경고 때문에 인튜이티브가 다른 국가들에서 상품을 새로 등록하거나 다시 등록할 때 필요한 FDA 인증을 받기 힘들어졌다고 항의했다.

SEC 서류에 의하면 인튜이티브는 제조물 책임(PL)과 관련해 약 50건의 소송에 연루돼 있다. 인튜이티브는 수술 중에 발생한 부작용이나 특정 소송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우리는 모든 민원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며, 법체제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이 같은 주장의 진위를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주치의에게 로봇 수술을 대체할 대안은 없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수술 후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묻고, 주치의가 제안하는 수술법이 이 경우에 최선책인지 의견을 구하는 게 좋다. 수술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봇 수술 자격 요건을 갖춘 의사인가?

존스홉킨스의 마커리 교수는 로봇 수술은 대체로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는 주치의가 복강경 수술 경험이 애초에 미천하고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할 때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에 부주의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로봇 수술 교육 프로토콜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의사가 로봇 수술을 충분히 집도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기준은 없다. 경험이 많은 동료 의사나 위원회가 집도의의 능력에 만족감을 표시하면 ‘OK 사인’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워싱턴주에서 벌어진 한 소송에서 밝혀진 것처럼, 비판 진영에서는 인튜이티브 영업직 사원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개복술을 로봇 수술로 바꾸라고 의사들에게 압력을 넣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튜이티브 측은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 회사 영업팀은 의사들에게 다빈치 수술법과 다른 수술법의 장점을 비교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다빈치 활용도가 증가한 주된 요인은 안전상 이점이 입증되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임상 결과가 좋아졌다는 것도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주치의에게 로봇 수술 경험이 많은지, 혹시 합병증은 없는지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병원 측에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수술법과 비교할 때 로봇 수술 비용은?

로봇 수술은 다른 수술법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보스턴 소재 브리검여성병원(BWH) 소속 외과의들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다양한 유형의 자궁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부담한 평균 비용은 로봇 수술 4만9,526달러, 개복술4만3,622달러, 복강경 수술2만8,312달러, 질식 자궁절제술 3만1,934달러로 나타났다.

수술 비용을 따질 때는 회복 비용까지 고려하는 게 좋다. 로봇 수술의 경우는 수혈 등 수술 후 진통 완화에 들어가는 값비싼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입원 기간도 짧아지며 합병증 때문에 재입원할 확률도 낮아진다.

스튜어트 핑커튼은 뉴욕주 스톤리지에 거주하는 작가로,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국 부국장과 포브스 편집 주간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