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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교육

맘사라 2013. 10. 24. 21:25

김영화의 성교육]음란물 중독의 4단계

기사입력 2013-03-14 03:00:00 기사수정 2013-03-14 03:00:00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과 어린이,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은 이미 알려져 있다.

“‘야동(야한 동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자극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호기심에 계속 보다 보니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다시 보게 되었어요.”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모두 ‘야동’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야동’을 매일 보다 보니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었어요.” 성충동을 이겨 내지 못하고 성폭행이나 성추행과 같은 성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

2008
년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도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을 떠도는 음란물을 성적(性的) 놀이로 생각하고 아무 죄책감 없이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밝혀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

미국 심리학자인 빅터 클라인은 ‘음란물 중독 4단계’를 주장했다. 1단계는 호기심으로 음란물을 본다. 2단계는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3단계는 음란물 내용이 일반적인 성적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무감각 단계다. 4단계는 실제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 모방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 모방 시도는 대개 성폭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

2012
5월 행정안전부가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1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 조사’에서도 39.5%가 성인물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호기심 또는 재미로 봤다고 했다. 이는 중독 1단계다. ‘안 보면 허전하다’는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16.1%였고, ‘더 자극적인 성인물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내성을 보이는 아이들(2단계) 14.0%에 달했다. 16.5%는 ‘변태적인 장면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3단계)고 대답했다. 14.2%가 ‘따라 하고 싶었다’고 했고 ‘성추행, 성폭행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아이들도 5%나 됐다(4단계
).

우리나라 청소년 열 명 중 한두 명은 이미 음란물 중독에 빠져 있으며 범죄로 연결될 수도 있는 성충동을 매일 느끼며 살고 있다
.

더 우려되는 것은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초등학교 13학년 때 음란물을 처음 접한 학생의 성범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음란물을 처음 본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의 위험이 높고, 성범죄의 위험도 높아진다
.

그러나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성범죄 충동은 아이들이 겪게 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감수성 높은 시기에 포르노물에 노출되면 아이들의 뇌는 어느 시기보다 큰 손상을 입게 된다
.

일단 음란물에 중독되면 현실과 환상이 구분되지 않는 병적인 성적 환상을 가지게 되는데 이 환상은 뇌에 각인되어 평생 남아 있게 된다. 아이들은 음란물 속의 성폭행, 신체 폭력, 여성 비하 등의 엽기적 성행위 영상들을 수년이 지나도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한다
.

음란물 중독은 게임 중독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음란물 중독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는 음란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뿐 아니라 가정 내 인터넷 사용 수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가 평소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찾아보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

부모와 교사는 ‘야동’(아이들과 대화 할 때는 ‘음란물’, ‘포르노’보다는 ‘야동’이라고 하는 것이 대화하기 쉽다)에 대하여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음란물 중독에 빠지면 모방하고 싶은 충동 때문에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일러 주어야 한다. 음란물을 통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빠진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게 되면, 자라서 정상적인 남녀 관계나 결혼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

영국에서는 성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포르노물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우리도 음란물에 대한 예방적 교육을 강화하여야 할 시기가 온 것은 분명하다
.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