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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상자에 버려진 한국 아기들?

맘사라 2013. 10. 9. 15:16

한국서 ‘아기상자’에 버려지는 아기들

 

 

By Steven Borowiec

지난해 한국 정부가 입양법을 바꾼 것은 미신고 해외 입양아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듯 하다. 익명으로 버려지는 아기들이 늘어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1~7월 사이 버려진 아기는 1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입양보낼 수 없도록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다. 또한 아기를 입양보내려면 아기를 낳은 후 최소 7일까지는 기다려야 해야 한다.

REUTERS
한국 입양법이 바뀌면서 ‘아기 상자’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있다. 지난달 18일 주사랑 교회 앞에 놓인 ‘아기 상자’. 슬라이드쇼 보기

한국 아기들이 대거 해외로 입양 보내지기 시작한 건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초다. 당시 한국은 가난과 전쟁의 폐허로부터 재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후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2000년대까지 매년 수천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보냈다.

유교적 전통 탓에 많은 한국 가정들은 친자식이 아닌 아이를 키우길 꺼려하기 때문에 국내 입양이 자리잡지 못한것도 해외 입양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것도 금기시된다. 한국 입양아의 약 90%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다.

일부 미혼모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느니 입양보내는 편을 택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입양된 아기 다수는 일명 ‘아기상자(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이다. 불가피하게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익명으로 두고 갈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종락 목사(60)는 서울 남서부에 위치한 교회에서 아기상자를 운영한다. 좁은 골목길쪽으로 난 우편함 같이 생긴 문을 열면 깨끗한 하얀 수건이 깔린 아기상자가 놓여있어 그곳에 아기를 두고 문을 닫은 후 버튼을 누르면 벨소리가 나면서 교회측에서 아기가 왔다는 걸 알게 된다.

입양특례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월 평균 2명 정도 들어오던 아이들이 지난 1년 사이에는 19명까지 늘었다.

이 목사는 15년째 목회를 해오고 있으며 아기상자는 2009년부터 운영했다. 어느 춥던 가을밤, 이웃으로부터 한 신생아가 종이상자에 담긴 채 교회 밖에 버려져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목사는 그 일로 한국의 젊은(어린) 미혼모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리고 아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어느 하루에 들어오는 아기 수는 2~3명이다. 아기를 경찰에 넘기기까지 이 목사와 직원들,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아기를 돌본다. 경찰에서 지역 관할기관으로 보내진 아기들은 상태를 점검받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보내졌다가 고아원을 배정받는다.

이 목사는 부모나 정부에 아기를 낳은 사실을 통보하지 못할 형편의 아기 엄마들에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버려지는 아기만 늘어날 것이다.”

입양특례법에 찬성하는 이들은 한국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국제입양기준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신고하지 않고도 바로 입양기관으로 데리고 갈 수 있었고, 이후 아기들은 출생에 관한 자세한 정보 없이도 해외 가족들에게 입양될 수 있었다.

입양특례법 개정의 숨은 공신 중 하나인 ‘진실과화해를위한해외입양인모임(TRACK)’의 제인 정 트렌카 대표는 익명의 입양은 아이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 권리가 있다.”

정 트렌카 역시 입양아다. 1972년 한국에서 태어나 갓난 아기일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것. 그녀는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자라며 외로움과 이질감에 시달렸다. 결국 20대가 되자 친모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친모를 찾으면 정체성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였다.

이런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한국에서 보다 투명한 입양관행을 옹호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입양특례법의 목적은 버려지지 않고 친부모의 손에서 자라는 아기 수를 늘리기 위함이다.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한국은 올 5월 이 협약을 비준했다. 협약은 친부모가 키울 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은 국내 입양을 먼저 추진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해외 입양을 보내도록 권고한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한국의 해외 입양아 수는 수년간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1986년 8,68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엔 916명, 지난해엔 755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3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시행 덕분이란 설명이다.

이현주 보건복지부 입양특별대책팀장은 입양특례법과 버려지는 신생아 수의 증가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다. 입양특례법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개정된 법 하에서 아이들은 자라면서 법적으로 권리를 더욱 확실히 보장받게 된다.”

 

미국 컴벌랜드법대 아동∙법∙윤리센터의 데이비스 스몰린 센터장은 한국 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지원해 가족와 아이의 권리 모두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아이와 친부모(특히 미혼모)의 이익을 위해 권리가 희생되는 데 익명성이 이용될 수 밖에 없다.”

정 트렌카는 영아유기율 증가는 법 자체 때문이 아니라 어린 엄마들이 법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친모 자신 외에는 누구도 열람할 수 없는 문서(친양자관계증명서)에 출생신고하는 ‘분할신고(Partial Registration)’ 절차에 관해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입양이 완료되고 나면 출생 사실이 친모의 기록에서 삭제돼 미래의 남편이나 시부모가 아기를 낳은 적이 있는 과거에 대해 알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법 자체가 아니라 법에 대한 오해가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이들에게 실제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교육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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