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절대 미국 못이겨요…하지만, 20년 후 미국은 몰락합니다"
· 파리=이성훈 특파원
'프랑스 최고의 지성' 자크 아탈리가 말하는 다섯가지 미래
중국이 미국을 눌러? - 中은 세계를 지배할 욕망도 능력도 없는 나라
中 공산당 2025년쯤 몰락
미국의 눈물 - 美 부채 증가와 양극화로 결국 제국의 종말 맞을 것
긍정의 경제로 위기 탈출 - 미래 세대 이익을 생각하는 인내하는 자본주의 필요
한국, 통일 두려워하지 말라 - 인구는 적지만 IT는 강국… 아시아 경제대국 될 수 있어
"만약 프랑스에서 시험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이 사람이 1등일 것"이란 말이 있다. 자크 아탈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프랑스 최고 명문인 폴리 테크니크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국립광산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집권한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밑에서는 성장촉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또 1990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을 주도하며, 1993년까지 초대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현재 그는 1994년 설립한 컨설팅회사 '아탈리 & 아소시에'의 대표와 '플라넷 피낭스'라는 마이크로 파이낸스(무담보 소액대출) 전문 비정부기구(NGO) 대표를 맡고 있다. 인터뷰는 '플라넷 피낭스' 사옥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7㎡(약 2평)쯤 되는 공간에 책상과 소파가 전부였다. 약속 시간에 15분쯤 늦은 그는 소파에 털썩 앉더니, "바로 시작하자"고 말했다. 인사를 나누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책을 59권 썼다.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등대(청림출판)'는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찰스 다윈, 호찌민 등 동서양 24명의 위인 전기를 담은 책이다. 그는 "위대한 철학자와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소설처럼 엮은 것"이라며 "위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 흐름을 알고,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런 글로벌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 유럽 최고의 미래학자 겸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 그는 “한국은 통일에 의해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면서 “통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 블룸버그
1 세계경제 위기는 끝난 건가
"경제 위기는 절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제 위기를 수습하고, 그 이후를 통제할 세계 금융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죠?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잠시 끝난 듯하지만, 지금 위기가 다시 찾아오는 게 분명합니다.
현재 서방 지도자들은 위기를 극복할 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통화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고, 버블도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메이도프가 서방 지도자들과 다른 점이 뭔지 아세요? 감옥에 있다는 겁니다. 서방 지도자들도 감옥에만 안 갔다 뿐이지, 메이도프와 똑같은 행동을 일삼고 있어요."
나스닥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8년 상류층 인사를 상대로 금융 사기를 벌여 650억달러 규모 피해를 낳은 인물이다. 새 가입자로부터 돈을 받아 기존 가입자에게 수익을 주는 이른바 '다단계식 폰지(Ponzi)' 수법으로 투자자를 유혹했다.
아탈리씨는 미국의 양적 완화,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정책 같은 것이 본질적으로 '메이도프의 사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새로 빚을 내서 이전의 빚을 일시적으로 돌려막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를 축소하면 시중에 돈이 줄어듭니다. 정부도 돈이 모자라게 되지만, 빚을 낼 수 없으니 세수(稅收)를 늘릴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갑자기 세금을 더 거둘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파산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부채 상한을 증액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장 디폴트는 피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결국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방향타를 잃고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2 유럽경제, 어떻게 되는 건가
"유럽 문제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유럽은 미국보다 경제 위기의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유럽 전체로 보면, 국제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미국보다 공공 부채와 실업률도 낮은 편입니다. 1인당 재산도 미국보다 많고, 삶의 질도 높지요. 게다가 경제 위기 이후 유럽은 미국보다 훨씬 많은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고, 은행동맹(유로존 내 모든 은행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감독하는 기구) 설립에도 합의했어요. 독일도 그리스·포르투갈 등 위기국을 지원하며 개혁을 적극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당장 성장률이 증가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독일도 현재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매우 낮아 인구구조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놀러지와 나노테크놀러지 등 미래 산업의 발전도 미미합니다. 독일의 강점은 수출이 강하다는 것인데, 그것도 임금이 아주 낮기 때문이지요.
프랑스는 세계화, 기술 발전 등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개혁을 거부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어떤 나라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에도 프랑스는 여전히 강대국이고 부유한 나라입니다. 지리와 기후, 문화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더 나은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회이동을 더 활발하게 하고, 직업교육과 산업 경쟁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 프랑스는 불어(佛語)권 확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 2억2000만명이 불어를 구사하는데, 특히 아프리카에 많지요. 30년 내 아프리카 인구가 급증하면, 불어권 인구가 7억명 정도 될 것입니다. 이건 프랑스에 엄청난 자산입니다. 물론 미래 산업도 준비해야겠지요."
3 경제 위기 끝낼 방법 없을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익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 '긍정의 경제(positive economy)'가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현세대의 즉각적인 만족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이익을 우선으로 감안한 경제입니다. '인내하는 자본주의'라고 할까요? 이타심은 '긍정의 경제'의 엔진 같은 역할을 하겠지요. 이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향후 15년 동안 우리가 계속해서 직면하게 될 경제 위기에 대한 해답이 될 것입니다."
4 美·中 패권경쟁 어떻게 되나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대전 같은 것 말이죠. 한국·중국·일본 간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고, 세계대전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미국이 부추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전에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유럽은 각국이 과오를 인정하고 서로 용서를 구하면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동아시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 불안정 상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중국은 세계의 지배 국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습니다. 세계의 패권 국가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 될 능력도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은 내부의 문제에 집중해 왔습니다. 지금도 민주화와 민족 문제 등 풀어야 할 내부의 숙제가 많아요.
중국공산당은 2025년 무렵이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라질 것입니다. 세계의 그 어느 정당도 70년 이상 집권한 역사는 없어요. (중국공산당은 1949년 집권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에 큰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할 것입니다. 중국은 당연히 강국으로 성장하겠지만, 미국에 맞서거나 미국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향후 20년 동안은 패권적 지위를 누리지만, 이후에는 몰락할 것입니다. 유비쿼터스(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 시스템이 더욱 확산하면, 혁신적 기업이 꼭 미국에 있을 필요가 없어져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됩니다. 미국은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심각한 사회 양극화도 겪게 될 겁니다. 결국 미국이라는 제국도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을 대체할 국가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시장 권력과 기업이 국가 권력을 대신할 걸로 봅니다. 결국 국제 규제가 없는 무질서한 시장이 등장하고, 곳곳에서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비극을 겪고 나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법치국가가 등장할 것입니다. 이 국가는 가공 상품의 생산과 무분별한 자연 개발을 제한하고, 개별 인간이 가진 창조적 능력을 전체가 공유하는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제가 등장하면, 지금 같은 형태의 시장경제도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5 코리아의 미래는 어떨까
"한국은 통일에 의해 미래가 좌우될 것입니다. 통일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또 이미 적은 인구에도 가시적인 산업 발전을 이루었고, IT와 바이오·나노 산업에서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정말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나라입니다. 앞으로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가 될 것인데, 한국은 아시아 최대의 경제국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모델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성공 모델이 될 것입니다."
Wisdom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는 지혜입니다. '위즈덤(Wisdom)' 코너는 그동안 위클리비즈가 만나 온 경영·경제 구루(guru) 외에 인문·예술·종교 등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현인(賢人)들을 만나 그들의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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