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 우리는 계속 아프게 늙어갈 것이다!
[2013 송년호] 2030세대, 청년 빈곤 대예언
김용언 기자 기사입력 2013-12-13 오후 8:30:45
2013년을 대표하는 무언가를 찾는다면 그게 무엇일까. 머릿속에 어렴풋이 현재 젊은 세대의 상이 떠올랐는데, 그 상에게 마땅한 대표명사를 알지 못했다. 88만원 세대(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인 88만원을 버는 세대), 삼포세대(취업·연애·출산을 포기한 세대), 육무세대(일자리·소득·집·연애·아이·미래가 없는 세대), 에코세대(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자녀.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참 많은 호칭들이 붙어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 그건 그만큼 이들이 처한 곤경의 종류와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4년제 'in 서울' 대학교를 '정시'로 합격해 우수한 스펙으로 졸업한 사람이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외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이건, 혹은 '지잡대'를 다니면서 'in 서울' 대학생을 부러워하지만 대학조차 못 들어온 이들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위치 측정에 골몰하는 사람이건, 이들 모두의 조건은 다를지라도 이들이 처한 곤경은 공통적이다.
한 단어가 아니라 (좀 길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 그들은 취업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취업하고 나서도 회사에서 잘리지 않거나 정규직으로 신분상승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그래서 예전처럼 취업하고 몇 년 후에는 작은 평수의 집이라도 조금 무리해서 마련해볼까 기웃거릴 꿈과 시간적 여유가 전무한, 그래서 결혼이나 출산 같은 돈이 많이 드는 이벤트는 쉽게 포기하고 대신 매일매일의 '소소한' 행복과 자기만족과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되는 20대, 30대 젊은이들이다.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등 '푸어'를 수식하거나 설명하는 앞 단어들의 명징함과 달리, 애매모호하더라도 현재의 2030세대를 억지로 뭉뚱그린다면 '유스 푸어' 정도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2012년 말의 대통령 선거 직후 세대론의 격전이 벌어졌더랬다. 2013년 시작을 '멘붕'으로 시작한 많은 이들은 50대부터 70대까지의 장년·노년층이 아래 세대들을 눌러버렸다고, 철저하게 계층/계급적 이득에 의거한 세대 간의 전쟁이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갔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한국인의 마지막 10년'이라는 대대적인 기획기사 시리즈를 발간했는데, 그중 하나가 '빈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진다'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기사 바로 보기)
<조선일보> 측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해 한국인의 인생행로를 분석하고, "열심히 살아도 인생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내게 만드는 '내리막 계단 10개'"를 정리했다. 1)교육, 2)취업, 3)자녀 양육, 4)내 집 마련, 5)퇴직, 6)창업, 7)자식 결혼, 8)노부모 부양, 9)노년의 병, 10)장수 리스크가 그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을 다섯 부류로 나눴다. a)일제 강점기 태어난 세대(1939년생 이상), b)어려서 6.25를 겪은 세대(1940~54년생), c)베이비부머와 386세대(1955~69년생), d)IMF 전후로 취업한 세대(1970~83년생), e)88만원 세대(1984~93년생).
결론은 무시무시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낼 가능성이 되레 높았다. 성장이 둔해지면서 국민 개개인이 10계단을 밟을 때 받는 충격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현재 자산, 앞으로 평생 벌 수 있는 돈 총액, 앞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기본 생활비(먹고 입고 돌아다니는 데 드는 돈만 계산한 액수), 남는 가처분소득(자산과 소득에서 기본생활비 빼고 국민연금·퇴직연금을 합산한 액수)" 등의 항목을 조목조목 세대별로 분석한 다음 제시되는 '인생 10계단을 밟을 때 드는 총 비용'의 합계는 그야말로 날것의 현실이었다.
일제 강점기 출생 세대는 4819만원, 6.25세대는 1억 6230만원, 베이비부머 세대는 7637만원을 남길 수 있지만, IMF세대는 834만원 적자를, 그리고 88만원 세대는 2억 1206만원 적자를 남긴다. IMF세대는 IMF와 IT 거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예금·주식·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릴 기회가 없었다. (…) 앞으로 평생 더 벌 수 있는 돈이 11억4854만원인데, 위 세대처럼 투자로 불려서 버는 돈이 아니라 일해서 버는 돈이다"이며, 88만원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풍족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마지막 10년은 지금 노인들보다 더 곤궁하게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선일보>의 예언이다. IMF세대와 88만원세대가 바로 2030세대다. 섬뜩하지만, 진심으로 부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 '프레시안 books'의 송년호는 바로 그 청년 빈곤의 문제를 다각도로 이야기했던 책들을 모아보았다. 2040년이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게 될 한국사회가 겪어야 할 고통은, 지금의 세대별 격차로 인한 갈등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 암울한 경고를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해하기보다 여기에 일단 귀를 기울여보는 게 어떨까. 예언은 어떤 의미에선 늘 조금씩 과장되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꾸로 그 예언을 듣고 대비책을 마련한 덕분에 불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결과론을 되새길 수도 있다.
앞으로 짧게나마 일별하는 책들은 대부분 올해 출간된 책들이며 몇 권은 이전 책들이다. 여기 빠져 있는 책들은 '대학생'이 아니고 '정규직'도 아닌 젊은이들에 대한 책이다. 그들은 '워킹 푸어'의 일부로 여기저기 조금씩 등장하지만, 그들의 빈곤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단행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책을 쓰는 연구자가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젊은 대상이 '대학생'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를테면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못한) 젊은이들의 육성이 적게나마 생생하게 기록된 책은 <현시창>(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알마 펴냄)과 <한국의 워킹푸어>(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지음, 책보세 펴냄)다. 두 책 모두 본래 매체 기사용으로, 대학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정규직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에듀푸어>(임진국‧추정남 외 지음, 북오션 펴냄)는 <조선일보>와 비슷한 관점으로 한국사회의 각종 단계별 '푸어'들을 추적한다(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푸어'는 역시 자녀 교육 비용 때문에 허덕이는 '에듀푸어'인데, 지금 다루는 2030세대와는 세대차가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은 빼기로 한다). 2030세대는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하며, 졸업한 뒤에 운 좋게 취직을 하면 월급의 대부분을 대출금으로 쏟아 붓고, 취직이 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빚을 끌어안아야 하는 '캠퍼스 푸어'로 인생을 시작한다.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법적 조치를 당한 인원은 2011년 1012명에서 2012년 1807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68억9200만 원에서 2012년 110억 8200만 원으로 액수도 늘어났다."
저자들은 청년들의 노동 공동체 '청년유니온'의 자료에 의거, 2012년 서울 지역 기준으로 대학생들이 "학원 수강, 교재비, 사교육비, 토익이나 각종 자격증 시험 응시료, 대학 등록금 등 한 장의 이력서란을 채우기 위해 들이는 평균 스펙 비용으로 약 4269만 원이 든다"고 설명했다(여기에는 서울 지역 전월세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간신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연인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치자. 이때부터 '웨딩 푸어'의 험난한 길이 펼쳐진다. 역시 서울 기준으로, 서울 비강남 지역에서 결혼식장을 구하는 비용만 최소 500만 원이 든다고 한다(강남은 1000만 원까지 육박한다고 한다). 이 기본요금이 끝이 아니다. "홀 대여료, 꽃값, 사진값, 봉사료까지 붙으니 2000만 원" 이상, 또 하객들 식대비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최소 비용 180만 원까지 붙고 나면 결혼의 평균 비용은 2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상황이 오죽하면 최근엔 <천만 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전혜진 지음, 니들북 펴냄)라는 솔깃한 제목의 책도 나왔다. 실제로 "천만 원으로 결혼한" 저자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발로 뛴 취재로 나온 책이라 강조하는 '알짜' 정보집이다)
그러다가 아기를 낳는다. "소득의 40% 이상이 육아비로 사용"된다면 당신은 '베이비푸어'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몇 년 동안 기저귓값과 분윳값을 충당하는 데만도 정신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조금 있으면 자신을 교육시켜주고 결혼시켜주었던 노부모의 경제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당신이 그들을 실질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순간도 닥쳐온다.
저자들은 2010년 한국·미국·일본·독일의 60세 이상 퇴직자를 대상으로 '노후에 가장 중요한 수입원'을 조사했을 때, 미국과 일본과 독일 퇴직자들의 주 수입원이 연금이었던 반면, 한국의 경우 '자녀 도움'이라는 응답이 30퍼센트를 차지했음을 지적한다(미국과 일본, 독일의 경우 '자녀 도움'은 1퍼센트 정도에 그쳤다). 대개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들인 노부모는 '은퇴로 인한 빈곤'을 경험하는 '리타이어 푸어'로 명명된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다. 그리고 자식들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리타이어 푸어가 될 것이다….
<에듀푸어>의 '평균 스펙 비용'에 포함된 서울 지역 전월세 비용에서 얘기를 다시 시작해본다. 각 세대들이 중산층에 진입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모험을 감행했는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그 사회상의 변천사를 들여다보는 박해천의 <아파트 게임>(휴머니스트 펴냄)은 "'일실 병렬형의 집단 주거 모델'이라는 공간 구획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고시원과 벌집, 그리고 그와 유사한 전월세 공간들을 '큐브'라 명명한다.
"이전 같으면 그들 중 상당수는 결혼을 한 다음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파트 분양 광고를 눈여겨볼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큐브 바깥의 세계로 빠져나갈 엄두도 내보지 못한 채 여전히 집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월세방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들은 모델하우스에 한번 가보지도 못한 채 늙어가고 있던 것이지요. 저임금과 고분양가의 시대가 강요한 삶."
그는 베이비부머들의 자식 세대를 부르는 명칭인 '에코 세대'에 착안, 지금의 2030세대와 베이비부머들 사이에 서로 오가는 '메아리'의 구조에 주목했다.
"'에코 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다종다양한 '방 임대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 상당수가 그들의 부모 또래에 속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중산층이라는 것이지요. 큐브 내부에서 부모와 자식 세대 간에 매우 기묘한 빨대 꽂기 경쟁이 벌어졌다고 할까요? 부모는 어떻게든 자식 세대의 누군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임대료를 받아내려고 애써야 하는 반면, 자식들은 어떻게 해서든 부모 세대의 누군가에게 임대료를 덜 내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시간차를 두고 서로를 부양해야 하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애끓는 경쟁은 '남의' 부모와 '남의' 자식의 등에 '빨대'를 꽂아야만 '나의' 부모와 '나의'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쥐어줄 수 있다는 조바심의 영원회귀 구조를 이룬다.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전영수 지음, 중앙books 펴냄)는 아예 '청년 증발'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더 가혹한 현실을 제시한다. 저자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디자인, 단 몇 년 동안 사용하다가 미련 없이 버리기에 적당한 가구인 '이케아'와, 능력은 있지만 몸값이 낮고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30대를 비교하며 '이케아 세대'라 명명했다. 저자의 생각에 따르자면 현대의 2030세대와 윗세대와의 불화는 원컨 원치 않건 필연적이라는 사실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탄탄한 사회 구조를 뜻한다. 즉, 안정성이다. 대표적인 게 인구 구성이다. 인구 변화로 말한다면 '노인인구(65세 이상)÷현역인구(15세~64세)<1'일 때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분모가 많고 분자가 적으면 적어도 인구 변수로 봤을 때 지속 가능성은 보장된다."
그러나 2030세대가 연애와 출산을 포기하면서 현역인구의 수는 향후 30년 동안 급속하게 줄어들 예정이다. 저자는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혼인동향분석과 정책과제' 통계를 통해 "인구 센서스의 연령대별 미혼율이 계속 유지될 경우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20세 남자 중 23.8퍼센트가 45세 때까지 미혼 상태로 남는다는 추정이다. 여성은 18.9퍼센트로 조금 나을 뿐"이라면서, 45세는 사실상 "평생 미혼의 임계점"이기 때문에 "20대 초반 5명 중 1명은 평생 미혼으로 남을 전망"이라고 정리한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2013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40년에 이를 무렵 100명 중 32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고령화율(65세이상÷전체인구)로 봤을 때 2040년 32.3퍼센트로 추계"되는데, 2011년에 이미 그 비율은 11.8퍼센트였다. '고령 사회'의 기준은 그 비율이 12퍼센트다. 그리고 20퍼센트까지 오르면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뜻이다. 이 비율을 세세하게 따져보면, 한국보다 훨씬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도 한국이 늙어가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저자는 점점 '현역인구'가 사라지는 한국 사회를 근심한다. "결혼과 출산 포기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국가·경제 영역의 퇴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개인으로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엔 오히려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비용만 더 발생하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가치 충돌의 문제로 번진다." 그러니까,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어쩌면 아주 명징한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죽을 때까지 '멘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그냥 앞으로도 계속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프면서 늙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2030세대의 외적 조건은 딱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각 단계별 진입을 미루다보니 학교도 오래 다니고, 회사도 늦게 들어가고, (혹시 하게 된다면) 결혼도 늦게 하고, 아이도 늦게 낳는다. 단적인 예로, 2013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한 4년제 대학 졸업 및 졸업예정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기사 바로 보기 "20대 신입사원이 사라졌다") "대졸 신입사원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업 내 20대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 중)만 30세 이상은 14만1214명에서 18만5001명으로 1년 새 31.0% 늘어"났다. "취업난을 피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늙은 신입사원'이 되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 기사는 결과적으로 '기업도 늙는다'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인 이상 기업의 연령대별 근로자 수를 분석한 결과 1980년에는 20대 60.6%, 30대 23.7%, 40대 이상 15.8%로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였으나 2000년대 들어와선 40대 이상이 가장 많은 역 피라미드 형태로 바뀌었고 202년에는 "20대가 19.9%에 그쳐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40대 이상은 47.6%로 절반 가까이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산다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삶이 아닐진대, 치열한 경쟁의 현실과 암담한 미래의 상상을 견뎌내야 하는 2030세대의 내면은 어떨까. 이를테면 한국보다 더 이상의 풍요로운 성장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체념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한 2005년 일본의 경우, <하류사회>(미우라 아츠시 지음, 이화성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에서 이렇게 묘사된다. "먹고 사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특별히 재산이 많진 않지만 내년 소득이 늘어 생활수준이 향상되어가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던 예전의 '중간층'에 비해 뭔가 부족한 젊은이들, 즉 2005년 기준으로 1971~74년생이 중심을 이루는 30대 초반 세대의 '하류화' 경향이 뚜렷했다고 한다.
"하류라는 것은 단순히 소득이 낮은 계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노동의욕, 학습의욕, 소비의욕 등, 한 마디로 인생에 대한 의욕이 낮은 자들을 뜻한다. 그 결과, 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미혼인 채로 있을 확률이 높다. (…)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즉 소득수준의 낮음뿐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의식의 활기가 '하'를 이룬다고 보는 쪽이다.
"상징적으로 말해, 무라카미 류의 <13세의 헬로 워크>를 읽고, "그래!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걸 직업으로 삼자!"하고 생각하며 자아 찾기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언제까지나 프리터를 계속하여 30세가 되어도 저소득에 만족하고 낮은 계층에 고정화될 위험성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2005년의 일본과 2013년의 한국은 많이 다르다. 한국의 현실은 체념의 상태조차 가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 개마고원 펴냄)에는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펴냄)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날 것의 20대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우리는 여기서 '자기계발'과 '시간관리'로부터 "내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억지 긍정을 이끌어내는 20대가 "핑계 대지 말고 자기계발하라!"라는 기성세대의 부당한 요구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목도한다.
"지금의 많은 젊은이들이 '당당해지기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주변에 보면 다 비정규직인데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한다는 거죠."
"제가 지금 저런 상황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렇게 날로 복직을 요구하면 안 되지 않나요."
"(청소하는)할머니들의 요구가 굉장히 세다? 이런 느낌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공부도 더 많이 한 분들도 아직 어려운데 좀 지나친 요구…? 이런 느낌요."
저자가 만난 20대들은 '조건'을 '노력'으로 치환한다. 불공평하고 부당한 사회적 조건 때문에 자신들이 고통 받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자신들의 노력 부족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자책과 "네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힐난 사이를 불안하게 오가는 그들은 수능 점수(거기서도 수시냐 정시냐, 혹은 지역균형 전형으로 들어왔냐, 최초합격자냐 대기자였냐, 특목고 출신이냐 아니냐를 두고도 명확한 위계질서가 부여된다)와 '과 잠바' 등으로 존재 증명을 하고자 애쓴다. "지금 내가 힘든 건 힘든 축에도 못 끼는구나'라는 자기반성"과 "입 닥쳐야 할 징징거림"은 "자연스레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을 저하시킨다. 그렇게 고통의 비교 법칙이 이십대를 통제한다."
그리하여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 레디앙 펴냄)로 청춘을 맞이하고, "팔 수도 없고, 노동을 시킬 수도 없으며, 소비자로도 부적절한 존재"인 <잉여사회>(최태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의 구성원이 되고, 가까스로 취업이 되더라도 <과로사회>(김영선 지음, 이매진 펴냄)에서 죽도록 일만 하며 언젠간 밀려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한국의 워킹푸어>로 일하고, 아무리 <현시창>이라는 <팔꿈치 사회>(강수돌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에 분노하면서도 나 역시 거기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그 자괴감은 나르시시즘으로 퇴행하는 <허기사회>(주창윤 지음, 글항아리 펴냄)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인터넷) 안에서 인정투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이유를 실현"함으로써 '난 충분히 잘났고 강하다'라는 자부심을 전유하며 "굳이 현실의 국가에 의해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우기는 <일베의 사상>(박가분 지음, 오월의봄 펴냄)에 공감하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삶의 중요한 가능성조차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끝내"버리는 <애완의 시대>(이승욱‧김은산 지음, 문학동네 펴냄)에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다.
많은 책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느 틈엔가 모두에게 당연해져버린 규칙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바꾸기엔 버거운 사회적 통념의 규칙은, 사실 윗세대가 앞장서 개선하고 바꿔야 할 테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세대 간의 무관심이 세대 내의 무관심으로 바뀌어 가는 이 과정 속에서, 결국 몇 십년 뒤에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형태로 2030세대의 '보복'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좀 뜬금없지만, 몇 년 전 대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88만원 세대의 전형인 길라임에게 반한 재벌 김주원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을 읽으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려 애썼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재벌의 서자 김탄은 가난한 연인 차은상에게 "기다려, 세상의 모든 문턱을 넘게 해줄게"라고 약속했다. 왜 우리는 드라마 속 핍진성 없는 재벌보다도 더 귀 기울이고 격려하는 노력도 기울이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정말로, 2030세대를 둘러싼 경고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취업 경쟁을 실제로 겪었던 젊은 작가 아사이 료의 소설 <누구>(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의 이 부분이 아팠던 게 그래서다.
긴지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나는 더욱더 힘낼 수 있다.'
다카요시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힘내자, 힘내자, 라니.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나는 내 인생을 위해 할 일을 한다. 목적이 희미해진 상태에서 너무 힘내 봐야 의미 없다.'
미즈키는 말했다. "힘내야지."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더욱더 힘낼 수 있다, 가 아니다.
조선닷컴 인포그래픽스팀
4년제 'in 서울' 대학교를 '정시'로 합격해 우수한 스펙으로 졸업한 사람이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외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이건, 혹은 '지잡대'를 다니면서 'in 서울' 대학생을 부러워하지만 대학조차 못 들어온 이들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위치 측정에 골몰하는 사람이건, 이들 모두의 조건은 다를지라도 이들이 처한 곤경은 공통적이다.
▲ <한국의 워킹푸어>(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지음, 책보세 펴냄). ⓒ책보세 |
2012년 말의 대통령 선거 직후 세대론의 격전이 벌어졌더랬다. 2013년 시작을 '멘붕'으로 시작한 많은 이들은 50대부터 70대까지의 장년·노년층이 아래 세대들을 눌러버렸다고, 철저하게 계층/계급적 이득에 의거한 세대 간의 전쟁이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갔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한국인의 마지막 10년'이라는 대대적인 기획기사 시리즈를 발간했는데, 그중 하나가 '빈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진다'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기사 바로 보기)
<조선일보> 측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해 한국인의 인생행로를 분석하고, "열심히 살아도 인생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내게 만드는 '내리막 계단 10개'"를 정리했다. 1)교육, 2)취업, 3)자녀 양육, 4)내 집 마련, 5)퇴직, 6)창업, 7)자식 결혼, 8)노부모 부양, 9)노년의 병, 10)장수 리스크가 그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을 다섯 부류로 나눴다. a)일제 강점기 태어난 세대(1939년생 이상), b)어려서 6.25를 겪은 세대(1940~54년생), c)베이비부머와 386세대(1955~69년생), d)IMF 전후로 취업한 세대(1970~83년생), e)88만원 세대(1984~93년생).
결론은 무시무시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마지막 10년을 가난하게 보낼 가능성이 되레 높았다. 성장이 둔해지면서 국민 개개인이 10계단을 밟을 때 받는 충격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현재 자산, 앞으로 평생 벌 수 있는 돈 총액, 앞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기본 생활비(먹고 입고 돌아다니는 데 드는 돈만 계산한 액수), 남는 가처분소득(자산과 소득에서 기본생활비 빼고 국민연금·퇴직연금을 합산한 액수)" 등의 항목을 조목조목 세대별로 분석한 다음 제시되는 '인생 10계단을 밟을 때 드는 총 비용'의 합계는 그야말로 날것의 현실이었다.
일제 강점기 출생 세대는 4819만원, 6.25세대는 1억 6230만원, 베이비부머 세대는 7637만원을 남길 수 있지만, IMF세대는 834만원 적자를, 그리고 88만원 세대는 2억 1206만원 적자를 남긴다. IMF세대는 IMF와 IT 거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예금·주식·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릴 기회가 없었다. (…) 앞으로 평생 더 벌 수 있는 돈이 11억4854만원인데, 위 세대처럼 투자로 불려서 버는 돈이 아니라 일해서 버는 돈이다"이며, 88만원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풍족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마지막 10년은 지금 노인들보다 더 곤궁하게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선일보>의 예언이다. IMF세대와 88만원세대가 바로 2030세대다. 섬뜩하지만, 진심으로 부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 <현시창>(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알마 펴냄). ⓒ알마 |
앞으로 짧게나마 일별하는 책들은 대부분 올해 출간된 책들이며 몇 권은 이전 책들이다. 여기 빠져 있는 책들은 '대학생'이 아니고 '정규직'도 아닌 젊은이들에 대한 책이다. 그들은 '워킹 푸어'의 일부로 여기저기 조금씩 등장하지만, 그들의 빈곤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단행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책을 쓰는 연구자가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젊은 대상이 '대학생'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를테면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못한) 젊은이들의 육성이 적게나마 생생하게 기록된 책은 <현시창>(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알마 펴냄)과 <한국의 워킹푸어>(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지음, 책보세 펴냄)다. 두 책 모두 본래 매체 기사용으로, 대학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정규직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젊은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에듀푸어>(임진국‧추정남 외 지음, 북오션 펴냄)는 <조선일보>와 비슷한 관점으로 한국사회의 각종 단계별 '푸어'들을 추적한다(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푸어'는 역시 자녀 교육 비용 때문에 허덕이는 '에듀푸어'인데, 지금 다루는 2030세대와는 세대차가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은 빼기로 한다). 2030세대는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하며, 졸업한 뒤에 운 좋게 취직을 하면 월급의 대부분을 대출금으로 쏟아 붓고, 취직이 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빚을 끌어안아야 하는 '캠퍼스 푸어'로 인생을 시작한다.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법적 조치를 당한 인원은 2011년 1012명에서 2012년 1807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68억9200만 원에서 2012년 110억 8200만 원으로 액수도 늘어났다."
▲ <에듀푸어>(임진국‧추정남 외 지음, 북오션 펴냄). ⓒ북오션 |
어쨌든 간신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연인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치자. 이때부터 '웨딩 푸어'의 험난한 길이 펼쳐진다. 역시 서울 기준으로, 서울 비강남 지역에서 결혼식장을 구하는 비용만 최소 500만 원이 든다고 한다(강남은 1000만 원까지 육박한다고 한다). 이 기본요금이 끝이 아니다. "홀 대여료, 꽃값, 사진값, 봉사료까지 붙으니 2000만 원" 이상, 또 하객들 식대비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최소 비용 180만 원까지 붙고 나면 결혼의 평균 비용은 2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상황이 오죽하면 최근엔 <천만 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전혜진 지음, 니들북 펴냄)라는 솔깃한 제목의 책도 나왔다. 실제로 "천만 원으로 결혼한" 저자가 협찬을 받지 않고 오직 발로 뛴 취재로 나온 책이라 강조하는 '알짜' 정보집이다)
그러다가 아기를 낳는다. "소득의 40% 이상이 육아비로 사용"된다면 당신은 '베이비푸어'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몇 년 동안 기저귓값과 분윳값을 충당하는 데만도 정신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조금 있으면 자신을 교육시켜주고 결혼시켜주었던 노부모의 경제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당신이 그들을 실질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순간도 닥쳐온다.
저자들은 2010년 한국·미국·일본·독일의 60세 이상 퇴직자를 대상으로 '노후에 가장 중요한 수입원'을 조사했을 때, 미국과 일본과 독일 퇴직자들의 주 수입원이 연금이었던 반면, 한국의 경우 '자녀 도움'이라는 응답이 30퍼센트를 차지했음을 지적한다(미국과 일본, 독일의 경우 '자녀 도움'은 1퍼센트 정도에 그쳤다). 대개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들인 노부모는 '은퇴로 인한 빈곤'을 경험하는 '리타이어 푸어'로 명명된다.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다. 그리고 자식들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리타이어 푸어가 될 것이다….
▲ <아파트 게임>(박해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휴머니스트 |
"이전 같으면 그들 중 상당수는 결혼을 한 다음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파트 분양 광고를 눈여겨볼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큐브 바깥의 세계로 빠져나갈 엄두도 내보지 못한 채 여전히 집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월세방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들은 모델하우스에 한번 가보지도 못한 채 늙어가고 있던 것이지요. 저임금과 고분양가의 시대가 강요한 삶."
그는 베이비부머들의 자식 세대를 부르는 명칭인 '에코 세대'에 착안, 지금의 2030세대와 베이비부머들 사이에 서로 오가는 '메아리'의 구조에 주목했다.
"'에코 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다종다양한 '방 임대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 상당수가 그들의 부모 또래에 속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중산층이라는 것이지요. 큐브 내부에서 부모와 자식 세대 간에 매우 기묘한 빨대 꽂기 경쟁이 벌어졌다고 할까요? 부모는 어떻게든 자식 세대의 누군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임대료를 받아내려고 애써야 하는 반면, 자식들은 어떻게 해서든 부모 세대의 누군가에게 임대료를 덜 내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시간차를 두고 서로를 부양해야 하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애끓는 경쟁은 '남의' 부모와 '남의' 자식의 등에 '빨대'를 꽂아야만 '나의' 부모와 '나의'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쥐어줄 수 있다는 조바심의 영원회귀 구조를 이룬다.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전영수 지음, 중앙books 펴냄)는 아예 '청년 증발'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더 가혹한 현실을 제시한다. 저자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디자인, 단 몇 년 동안 사용하다가 미련 없이 버리기에 적당한 가구인 '이케아'와, 능력은 있지만 몸값이 낮고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30대를 비교하며 '이케아 세대'라 명명했다. 저자의 생각에 따르자면 현대의 2030세대와 윗세대와의 불화는 원컨 원치 않건 필연적이라는 사실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탄탄한 사회 구조를 뜻한다. 즉, 안정성이다. 대표적인 게 인구 구성이다. 인구 변화로 말한다면 '노인인구(65세 이상)÷현역인구(15세~64세)<1'일 때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분모가 많고 분자가 적으면 적어도 인구 변수로 봤을 때 지속 가능성은 보장된다."
▲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전영수 지음, 중앙books 펴냄). ⓒ중앙books |
또한 기획재정부의 '2013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40년에 이를 무렵 100명 중 32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고령화율(65세이상÷전체인구)로 봤을 때 2040년 32.3퍼센트로 추계"되는데, 2011년에 이미 그 비율은 11.8퍼센트였다. '고령 사회'의 기준은 그 비율이 12퍼센트다. 그리고 20퍼센트까지 오르면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뜻이다. 이 비율을 세세하게 따져보면, 한국보다 훨씬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도 한국이 늙어가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저자는 점점 '현역인구'가 사라지는 한국 사회를 근심한다. "결혼과 출산 포기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국가·경제 영역의 퇴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개인으로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엔 오히려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비용만 더 발생하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가치 충돌의 문제로 번진다." 그러니까,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어쩌면 아주 명징한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죽을 때까지 '멘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그냥 앞으로도 계속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프면서 늙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2030세대의 외적 조건은 딱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각 단계별 진입을 미루다보니 학교도 오래 다니고, 회사도 늦게 들어가고, (혹시 하게 된다면) 결혼도 늦게 하고, 아이도 늦게 낳는다. 단적인 예로, 2013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한 4년제 대학 졸업 및 졸업예정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기사 바로 보기 "20대 신입사원이 사라졌다") "대졸 신입사원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업 내 20대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 중)만 30세 이상은 14만1214명에서 18만5001명으로 1년 새 31.0% 늘어"났다. "취업난을 피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늙은 신입사원'이 되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 기사는 결과적으로 '기업도 늙는다'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인 이상 기업의 연령대별 근로자 수를 분석한 결과 1980년에는 20대 60.6%, 30대 23.7%, 40대 이상 15.8%로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였으나 2000년대 들어와선 40대 이상이 가장 많은 역 피라미드 형태로 바뀌었고 202년에는 "20대가 19.9%에 그쳐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40대 이상은 47.6%로 절반 가까이 됐다"고 전했다.
▲ <하류사회>(미우라 아츠시 지음, 이화성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 ⓒ씨앗을뿌리는사람 |
"하류라는 것은 단순히 소득이 낮은 계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노동의욕, 학습의욕, 소비의욕 등, 한 마디로 인생에 대한 의욕이 낮은 자들을 뜻한다. 그 결과, 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미혼인 채로 있을 확률이 높다. (…)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즉 소득수준의 낮음뿐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의식의 활기가 '하'를 이룬다고 보는 쪽이다.
"상징적으로 말해, 무라카미 류의 <13세의 헬로 워크>를 읽고, "그래!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걸 직업으로 삼자!"하고 생각하며 자아 찾기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언제까지나 프리터를 계속하여 30세가 되어도 저소득에 만족하고 낮은 계층에 고정화될 위험성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2005년의 일본과 2013년의 한국은 많이 다르다. 한국의 현실은 체념의 상태조차 가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 개마고원 펴냄)에는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펴냄)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날 것의 20대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우리는 여기서 '자기계발'과 '시간관리'로부터 "내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억지 긍정을 이끌어내는 20대가 "핑계 대지 말고 자기계발하라!"라는 기성세대의 부당한 요구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목도한다.
"지금의 많은 젊은이들이 '당당해지기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주변에 보면 다 비정규직인데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한다는 거죠."
"제가 지금 저런 상황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렇게 날로 복직을 요구하면 안 되지 않나요."
"(청소하는)할머니들의 요구가 굉장히 세다? 이런 느낌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공부도 더 많이 한 분들도 아직 어려운데 좀 지나친 요구…? 이런 느낌요."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 개마고원 펴냄). ⓒ개마고원 |
그리하여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 레디앙 펴냄)로 청춘을 맞이하고, "팔 수도 없고, 노동을 시킬 수도 없으며, 소비자로도 부적절한 존재"인 <잉여사회>(최태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의 구성원이 되고, 가까스로 취업이 되더라도 <과로사회>(김영선 지음, 이매진 펴냄)에서 죽도록 일만 하며 언젠간 밀려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한국의 워킹푸어>로 일하고, 아무리 <현시창>이라는 <팔꿈치 사회>(강수돌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에 분노하면서도 나 역시 거기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그 자괴감은 나르시시즘으로 퇴행하는 <허기사회>(주창윤 지음, 글항아리 펴냄)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인터넷) 안에서 인정투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이유를 실현"함으로써 '난 충분히 잘났고 강하다'라는 자부심을 전유하며 "굳이 현실의 국가에 의해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우기는 <일베의 사상>(박가분 지음, 오월의봄 펴냄)에 공감하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삶의 중요한 가능성조차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끝내"버리는 <애완의 시대>(이승욱‧김은산 지음, 문학동네 펴냄)에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다.
많은 책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느 틈엔가 모두에게 당연해져버린 규칙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바꾸기엔 버거운 사회적 통념의 규칙은, 사실 윗세대가 앞장서 개선하고 바꿔야 할 테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세대 간의 무관심이 세대 내의 무관심으로 바뀌어 가는 이 과정 속에서, 결국 몇 십년 뒤에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형태로 2030세대의 '보복'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 <누구>(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 ⓒ은행나무 |
긴지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나는 더욱더 힘낼 수 있다.'
다카요시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힘내자, 힘내자, 라니.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나는 내 인생을 위해 할 일을 한다. 목적이 희미해진 상태에서 너무 힘내 봐야 의미 없다.'
미즈키는 말했다. "힘내야지."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더욱더 힘낼 수 있다, 가 아니다.
추가 요약 자료:
'마지막 10년' 빈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진다
'생활 ,건강, 지식, 여행 정보 > 일반 상식, 지식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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