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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노숙자: 지하철서 19억원 든 지갑 잃어버린 50대男, 알고보니…

맘사라 2013. 12. 3. 13:59

지하철서 19억원 든 지갑 잃어버린 50대男, 알고보니…

입력 : 2013.12.03 03:04 | 수정 : 2013.12.03 03:04 조선닷컴

 

 

                 
          

 

                “19억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쯤 인천 부평철도경찰센터. 한 50대 남성이 쭈뼛쭈뼛 꺼낸 이 한마디에 사무실 안이 술렁였다.

“서울 동대문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의자에 앉은 채 부천역으로 향하던 중 깜빡 잠이 들어 인천역까지 왔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1억원짜리 수표 19장 등 19억 1200만원이 든 지갑이 사라졌다”고 박모(53)씨는 말했다.

19억원을 지갑에 넣고 다녔다는 주장과 그 큰 금액이 지갑에 들어간다는 사실 모두를 못 믿은 경찰은 “그게 말이 되느냐”며 추궁했다.

하지만 박씨가 주장한 매수(枚數)의 지폐는 작은 지갑에 모두 들어갔다. 이에 경찰은 당장 1억원짜리 수표 19장 등을 모두 정지했다.

이어진 박씨의 주장은 신빙성을 더했다. 박씨는 경찰에게 “나는 과거 신문에 보도된 바 있는 ‘50억원 노숙자’이다”고 말했다. 2년 전, 50억대 자산가임에도 자유롭게 살고자 1년 넘게 노숙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50억원 노숙자’가 자신이라는 얘기였다.

확인 결과, 당시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 ‘50억원 노숙자’의 이름과 나이가 박씨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0억원 노숙자’의 사연은 박씨가 2011년 8월 31일 오전 5시 30분쯤 인천 중구 일대에서 노숙을 하다가 돈가방을 잃어버린 뒤, 이를 인천 중부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노숙자였던 박씨는 경찰에서 “술을 먹고 공원에서 잠깐 잠이 든 사이에 현금 500만원과, 20돈짜리 금장 시계줄 등 1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신분증 등이 든 돈가방을 분실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실제로 이 가방을 훔친 임모(53)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의 사연은 놀라웠다. 충남 논산 출신인 박씨는 젊은 시절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토지 보상금 50억원 정도를 은행에 넣어둔 채, 이자로만 매월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으며 노숙을 해온 ‘50억원 노숙자’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집도 없는 것으로 당시 조사됐던 박씨는 경찰에서 “젊은 시절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고 한 때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며 “변변한 직업 없이 지내다 2010년 초부터 노숙하기 시작해 인천, 서울, 천안 등을 전전했다”고 말했다.

노숙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호텔이나 모텔 등에서 잠을 자면 감옥 생활 같고 답답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유롭게 운동하고 밖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노숙자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씨의 지갑 분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관계자는 2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박씨는 지금도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게 맞다”면서 “단순 분실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에 있는데 지갑이 사라진 만큼 소매치기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