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노화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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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앙일보]입력 2013.01.20 18:33 / 수정 2013.01.20 22:28
“최근 비만과 노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많이 진행됐다. 살찌지 않는 몸을 만드는프로세스와 노화 방지는 굉장히 비슷하다”
10년마다 2.5년씩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
2012년 12월 17일, 생존 최고령자(115세)인
미국의 디나 맨프레디니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 그보다 2주
전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베시 쿠퍼(116세) 할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은 생전 자신의 장수 습관에 대해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 ‘정크 푸드’를 먹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최장수 할머니들의 사망 소식에 여러 궁금증을 가져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습관은 뭘까.
여성중앙 주최 간담회에서 노화 방지 관련 권위자인 이덕철 교수(연세대 가정의학과)와 비만 전문가 이지원 교수(연세대 가정의학과)는 노화가 세포와 호르몬의 문제라고 정의했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몸 속 여러 화학적인 반응이 인간의 신체를 늙게 하는데, 이런 반응이 생기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여러 이유와 가설 사이에서 노화와의 실제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게 이들에겐 가장 큰 이슈다.
노화는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옵니까
이덕철: 시간이 지날수록 몸속의 세포가 조금씩 손상됩니다.
이게 쌓여서 몸의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게 노화죠. 세포가 손상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활성 산소’가 많이 쌓여서 그런 거고, 또 하나는 나이가 들고 어느 시점이 되면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죠. 활성 산소는 환경 오염이나 화학 물질, 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산소가
과잉 생산된 것인데, 이는 몸속에서 산화 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러면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변질되죠. 여기에 남자든 여자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노화가 촉진됩니다.
그 과정을 늦추거나 막는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나요
이덕철: 노화 연구 역사는 30여년 쯤 됩니다. 다른 분야에 비하면 연구 기간이 짧아서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의학자들이 활성 산소라는 개념을 건강이나 병과
관련지어 알아보기 시작한 게 1970년대 부터에요. 활성
산소가 노화 관련 질환, 그러니까 암이나 동맥 경화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구가 시작됐죠. 1990년대부터는 성장 호르몬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고요.
이지원: 성장 호르몬이 결핍된 사람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합니다. 겉보기에 좀 얌전해지거나 자신감이 없어지고, 말수가 적어지죠. 사람을 만나는 걸 꺼리는 성격으로 변하기도 하고요. 또 복부 비만이
생기거나 근육량도 떨어져요. 노화의 과정과 놀라울 만큼 비슷하죠.
살찌는 건 결국 늙는 것과 같다
두 사람은 노화와 비만의 상관관계가 굉장히 깊다고 전했다. 단적인 예로 뚱뚱한 사람은 더
빨리 죽는다는 말도 했다.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면 살이 쉽게 찌는데,
여기서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와 과정이 노화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
비만과 노화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이지원: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몸속 영양소가 감소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늘어나는 게 있어요. 바로 지방입니다. 복부 지방, 특히 내장 지방이 늘어나는데, 그게 신체 기능을 굉장히 떨어뜨려요. 나이가 들면서 계속 살이 찌고, 살이 찌면 심혈관 질환이나 동맥경화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런 병들이 결국 노화 질환이거든요. 통계로 말하면, 40세
이전에 과체중이면 평균 3년, 만일 비만이면 평균적으로 6년 빨리 사망합니다.
이덕철: 뱃살이 찌고 내장 지방이 늘어나면 신체 기능이 떨어져요. 대표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제 기능을 못합니다. 당뇨
같은 병이 그래서 오고요. 뱃살만 빼도 노화 관련 질병이 상당히 예방된다고 보면 됩니다. 비만이 미용이나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관한 화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좋아요.
소위 ‘나잇살’은 왜 찌는 겁니까
이덕철: 생물 시간에 ‘미토콘드리아’ 배운 기억이 나지요? 미토콘드리아는 사람이 먹은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꿔주는 ‘에너지 공장’입니다. 나이가 들고 몸속에 활성 산소가 많으면 이 기능이 떨어져요. 쉽게
말해서 이미 밥을 충분히 먹었는데 그걸 에너지로 못 바꾸니까 뇌에는 포만감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영양분은
쌓였는데 식욕이 계속 당기고 식탐이 생깁니다. 습관적으로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몸 속에서 에너지 생성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이지원: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어서 기초대사량이 감소돼요. 평균적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1년에 1만5000~2만2000kcal 정도
덜 먹어야 합니다. 밥으로 따지면 50~70그릇이에요. 작년보다 밥을 몇 숟가락 덜 먹어야 된다는 뜻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먹고 덜 움직여요.
배가 부를 법한데 자꾸 먹을 것에 손이 가는 게 ‘늙어서’
그렇다는 얘긴가요
이지원: 사람은 먹으면 행복해집니다. 영양소가
공급되고 포만감을 느끼면 뇌하수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호르몬을 내보내거든요.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푸는
경우도 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세포의 노화입니다. 식욕이라는 게 결국 복잡한 호르몬 구조에 의해서 결정되는 거니까요. 사실
일부 ‘살 빼는 약’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도 입맛 당기는
것을 억제하려다 보니 에너지 대사에 관한 몸속의 복잡한 호르몬 경로들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살을 못 빼는 사람들은 대개 ‘의지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체중 조절의 어려움을 어떻게 이해합니까
이지원: 나이 든 사람은 1년에 1kg씩 살이 찌는 코스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근육이
빠졌고 열량이 덜 필요하니 몸 전체가 살이 찌는 구조로 변해간다고 보면 돼요. 의도적으로 더 적게 먹어야 (살이 빠지는 게 아니고) 몸무게가 유지되는데, 자연적인 흐름을 거스르려니 어렵죠. 그러니 의사들이 늘 운동해라, 좋은 거 골라서 적게 먹어라 얘기하는 거고요.
삶의 마지막 10년이 얼마나 건강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신체 나이를 따지고 ‘회춘’을 꿈꾸며
장수 마을 노인들의 생활 습관을 따라 한다. ‘오래 사는 비결’을
끊임없이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노화 방지 의학이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전하는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이들은 지금의 30대가 이미 100세 시대, 혹은 그 이상에 진입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 수명이 아니라 건강 상태라고 말했다. 70세에
죽든 100세까지 살든, 누구나 생에 마지막 10년은 노화 관련 질환에 시달리게 마련인데,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을
더는 것이 의학계의 과제다.
그러면 ‘회춘’이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덕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나이가 들수록
신체 나이는 사람마다 굉장한 차이를 보입니다. 개인차가 확실히 큰데,
노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분들이 습관을 개선하거나 호르몬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걸 채워준다면 신체 나이가 거꾸로 갈 수 있어요. 그런 관점으로 이해합니다. 다만
‘젊어진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겠죠.
이지원: 비만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보자면 중증 비만을 치료하면 10년 정도 젊어진 효과가 납니다. 나이가 많은 환자 중에서 체중을
합리적으로 뺀 분들을 상담해보면 실제로 부부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대답도 많아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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