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여성시대]직장편<6>신(新)여여갈등
기사입력 2013-10-17 03:00:00 기사수정 2013-10-17 03:00:00
“입만 열면
남편 - 자식들 자랑… 눈치없는 기혼녀”
“남자상사를 ‘오빠’ ‘자기’라 부르는 무개념 미혼녀”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기혼 여성 동료요? 회사에 일을
하러 오는 건지 자식 자랑을 하러 오는지 모르겠어요. 야근이나 회식 때는 매번 애 핑계를 대고 빠지고요. 같이 일하기 진짜 피곤해요.”(광고
에이전트 김모 씨·28·여·미혼)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면서 본인의 두 달 치 월급보다 비싼 명품 가방을 샀다고 자랑하는 미혼 여성 동료를 볼 때마다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죠. 동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항상 자신만 앞세우는 태도도 마음에 안 들고요.”(외국계 은행원 박모 씨·33·여·기혼)
일하는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직장 내 남녀갈등만은 아니다. 여성 취업자가 늘면서 ‘여여(女女)갈등’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는 것. 하지만 ‘남녀갈등’과 달리 갈등을 조절하거나 이에 대비하는 기업은 별로 없는 편이다.
○ 여성들도 ‘출산·육아 휴가’ 갈등
직장 내 여여갈등을 낳는 주요 사안은 기혼 직장여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이다. 갈등의
핵심은 출산휴가 사용 여부, 출산휴가자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량 가중과 의사소통 부재,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업무 인수인계, 대체 인력의 업무 미숙 등. 하지만 출산휴가 등으로 인해 남아 있는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업무를 재분배하거나 업무
증가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회사는 매우 적어 갈등을 키우고 있다.
한 제약업체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이모 씨(기혼)는 올해 초 미혼의 50대 여자 상사 정모 씨와의 다툼으로 사직을
고려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난해 말 첫아이를 출산한 이 씨는 3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다 썼다. 하지만 이후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2주 휴가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 씨는 “일이 가장 바쁜 연초인 데다 미리 추가 휴가에 대한 상의를 한 적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휴가를 주기는 어렵다. 특히 추가 휴가로 업무량이 더 늘어날 다른 팀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씨의 추가 휴가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이 씨가 “만약 팀장님이 자녀가 있었다면 추가 휴가를 요청하는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텐데 역시 모르시는군요”라고 쏘아붙이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발끈한 정 씨는 “제약회사처럼 기혼 여성 비율이 높은 곳에서 ‘자식이 없는 여자라 다른 여성 직원들의 고충을 모른다’라는 말을 듣기
싫어 그간 이 씨를 비롯한 기혼 여성 팀원을 더 배려해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다른 기혼
여성 팀원은 이 씨처럼 갑자기 추가로 출산휴가를 요구한 적도 없다”며 “남자 상사가 휴가 요청을 거절했으면 아무 불평불만 없이 출근했을 텐데 여성
상사인 나를 얕보고 반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이 씨의 남편이 회사 경영진에게 ‘정 팀장은 본인이 여성이면서 일하는 여성 부하의 고충을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진정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분노한 정 씨가 이 씨에게 ‘이직할 때 내 추천서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말하면서 상황은 더 커졌다. 이 회사 내 여성 직원뿐 아니라 남성 직원 사이에서도 ‘정 씨가 팀장으로서
리더십이 부족하다’와 ‘남편까지 회사 일에 끼어들게 만든 이 씨의 처신이 더 부적절하다’로 편이 갈리기까지 했다.
결국 회사는 두 사람 모두에게 자숙을 당부하며 경위서를 요구했다.
○ ‘화성’에서 온 기혼녀, ‘금성’에서 온 미혼녀
기혼 직장여성과 미혼 직장여성의 관심사가 지나치게 다르다는 점 또한 이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기혼 직장여성의 관심사는 육아, 남편, 시가, 주택 마련 계획 등인 반면,
미혼 직장여성의 관심사는 외모, 연애, 쇼핑, 여행 등일 때가 많다. 점심을 같이 먹거나 회식을 해도 한쪽은 ‘뽀로로’를
얘기하고 다른 한쪽은 ‘휴가 때 해외여행’을 얘기하니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단순히 상대와의
대화 단절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업무 태도와 능력을 불신하는 사태로 이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미혼 직장여성은 기혼 직장여성이 △업무 시간에 자녀 및 육아 도우미 아주머니와의 전화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회식이나
업무 시간 외의 모임 때 자녀나 시가 등의 핑계를 대고 빠지는 것 △지나치게 자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거나 모든 대화의 주제를 자식과 남편 이야기로
삼는 행동 등이 업무 성과와 팀워크를 해친다고 말한다.
PR업계에서 근무하는 미혼 서모 씨(40·여)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온통 자녀 사진만 올려놓는 동료들을 보면 ‘엄마가
되기 전 저 사람의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가. 자아라는 게 없나’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특히
내가 먼저 청한 적이 없는데도 자신의 자녀 성장 과정을 매일매일 생중계하듯 알려주는 기혼 여성 동료의 모습을 볼 때 프로 의식이 결여돼 있고 공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기혼 직장여성도 할 말이 많다. 이들은 미혼 직장여성의 △협동 및 희생정신 부족 △애인이나
친구와의 사적 통화에 과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 △남성 상사나 동료에게 ‘오빠’ ‘자기’와 같은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거나 과도한 애교를 부리는
것 △회식이나 모임 자리가 있을 때 지나치게 비싼 장소만 고르는 눈치 없는 행동 등으로 같이 일하기가 꺼려질 때가 많다고 반박한다.
두 아이를 둔 교사 최모 씨(36·여)는 “어린아이
사진은 귀엽기라도 하지 서른 넘은 어른이 손가락을 브이(V) 자로 그린 채 ‘셀카’를 찍어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그야말로 ‘민폐’ 아니냐”며 “육아 때문에 회식에 빠지는 기혼 여성보다 연애 등 사생활을 핑계로 회식에 빠지는 미혼 여성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기혼 여성은 애가 아파도 애 때문에 일찍 퇴근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 전전긍긍할
때가 많은데 한 미혼 동료가 ‘내가 시집 못 가면 책임질 수 있느냐’며 데이트를 핑계로 당당하게 회식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 서로의 다른 점을 배려해야
전문가들은 직장여성의 연령대, 결혼 형태, 결혼에
대한 가치관 등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어 직장 내 여여갈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 이상으로 기혼녀와 미혼녀,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생활방식, 가치관, 경험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는 이런데 저 여자는 왜 저러지’라며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인사관리(HR) 컨설팅회사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직장 내 여여갈등의 핵심은 이들이
모두 ‘소수자(마이너리티)’라는 점”이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다지만 아직 유리천장이 완전히 깨졌다고 보긴 어렵고 결국 직장 내에서 남성과 여성이 경쟁하기보다는 소수자인 여성끼리 경쟁할 때가 많다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그 집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장 내 여여갈등을
남성 상사가 해결하려 하다 보면 더 큰 갈등을 낳을 때가 많다”며 “여성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동일 집단 내에서도 상당히 다른 여러 종(種)이 존재하며 이들이 각기 다른 사고방식,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 근무제, 사내 어린이집 설치 등 기혼 직장여성에 대한 회사, 정부 차원의 출산 장려 및 육아 보조 혜택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미혼 직장여성에 대한 배려 및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혼 직장여성 중에는 ‘나는 기혼 여성과 달리 임신으로 야근을 빠지거나 출산휴가를 쓴 적도 없고, 자녀 학비 보조나 배우자 건강검진 등 기혼 직장인이 누리는 혜택을 받지도 않은 채 일만 했는데 회사가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혼 여성에게 충분한 출산휴가를
보장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출산휴가를 쓸 동안 업무를 대신해준 동료에게 짧은 휴가나 소정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기혼
직장여성과 미혼 직장여성을 모두 배려하는 정책이 많아져야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나도 언젠가 저 사람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오상훈 목사의 한마디: 자기 PR시대, 자기 자랑, 자식 자랑, 자기--, 자기--시대. 한편으로는 들어주는 미덕이 필요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 주는 것도 인간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 받기를 원하니까---. 솔직히 그래서 공부도 남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돈을 버는것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른 사람(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자기 자랑도 적당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어릴쩍 부터 객지 생활하다보니 눈치밥을 많이 먹고 자라서 눈치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인정을 하지 않는다. 눈치(센스)있는 사람이 되어 봅시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날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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