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라 씨앗으로 만드는월간 전원속의 내집 이세정
입력 2014.03.28 16:41 수정 2014.03.28 16:47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삶에 활력을 더합니다. 맛 좋은 커피 재료를 손수 갈무리한다면 즐거움은 배가 되겠지요. 그윽한 향과 구수한 맛으로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카페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오크라커피는 텃밭이나 화단에서 손쉽게 장만할 수 있습니다.
오크라는 알뜰하게 활용하면 밥상은 풍성해지고 몸은 자연을 닮아가는 좋은 식재료입니다. 봄이 무르익었을 때 심고 꽃을 감상해가며 신선한 깍지를 거두어 채소로 먹습니다. 거둘 시기를 놓쳤으면 껍질을 벗겨 알만 갈무리해 변색되지 않도록 냉동보관하고, 그 시기도 지나치면 완전하게 여물도록 기다렸다가 씨앗을 받아 커피를 만듭니다.
아열대지방의 자생식물인 오크라는 우리 토양에 토착화되어 전국 어디에서나 노지 재배가 가능합니다. 오각형으로 길쭉하게 생긴 깍지 껍질은 아삭하고 속은 끈적거립니다. 오크라의 특징이기도 한 점질물은 무틴이라는 자양강장성분으로 당뇨와 변비 개선 효과가 높고 위 점막을 보호하며 위장기능을 좋게 하며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고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풋풋한 깍지를 먹는 오크라 요리는 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본지 2010년 9월호). 주로 깍지를 먹지만 씨앗도 영양이 풍부해 여문 정도에 따라 먹는 방법을 달리해가며 즐길 수 있고, 특히 잘 여문 씨앗은 원두를 대신할 수 있어 쓰임이 아주 각별합니다.
깍지 끝을 건드려 봐서 톡 부러질 정도로 부드러울 때 거두어 채소처럼 먹고, 이 시기가 지나 껍질이 질겨지면 덜 여문 씨앗을 콩처럼 먹습니다. 옥수수 알처럼 줄을 맞춰 가지런히 박혀 있는 노르스름한 알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깔이 짙어지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연한 노란색일 때가 먹기엔 가장 좋습니다. 쌀에 섞어 밥을 짓고, 갈아서 죽ㆍ스프ㆍ소스 등을 만들고 밀가루나 쌀가루에 섞어 빵ㆍ떡ㆍ과자 등을 만듭니다.
노란색 알은 공기와 접촉하면 갈색으로 변하고 열을 가하면 붉게 변해 언뜻 보면 오크라밥은 수수밥과 비슷하고, 식감은 수수보다 강한 편입니다. 특유의 점질물로 인해 밥에 찰기가 돌고, 약간 거친 듯해도 구수하면서 톡톡하게 씹히는 맛이 좋아 포만감도 크게 남습니다. 오크라밥에 채소를 섞어 전을 부치면 자줏빛 알갱이 색감도 좋고, 기름과 더해지면 육류 풍미가 감돌고, 바삭하게 구우면 누룽지 맛도 납니다. 찬밥을 활용하기 좋은 밥전은 밥반찬은 물론 간식으로도 그만입니다.
좀 더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오크라죽은 배탈, 설사에 약이 됩니다. 가끔 외식 후 심하게 탈이 나면 오크라현미죽으로 몸을 다독여주는데 신기할 정도로 씻은 듯 가라앉습니다. 불리거나 삶지 않고 곧바로 조리할 수 있어 콩죽 끓이기보다 간편한 것도 이점입니다. 현미멥쌀은 물에 충분히 불렸다 성글게 갈고, 오크라 알은 불리지 않고 곱게 갈아서 갈아놓은 쌀과 물을 붓고 끓이면 간단하게 죽이 완성됩니다.
오크라 깍지가 질겨지면 씨앗은 갈색으로 변해 커피 재료가 됩니다. 예전에 원두가 부족했을 때 오크라 씨앗을 커피 대용으로 마셨던 적이 있다고 하니 역사는 꽤 오래된 듯합니다. 풋열매에선 독특한 향이 풍기고 덜 여문 노란 알갱이로 끓인 죽에서도 은근한 풍미가 느껴지지만 씨앗은 별다른 향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나 볶아서 차를 끓이면 구수한 맛과 향이 진하게 풍기고, 약간 연하게 만들면 커피라기보다는 차에 가깝고, 좀 더 연하게 우려내면 현미 숭늉 맛이 납니다. 커피에 카페인 함량을 줄이면 감칠맛이 떨어지고 잘 만든 커피라도 식으면 맛이 없지만 오크라커피는 차게 마셔도 개운하고, 연하게 마셔도 구수하고,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 또한 없습니다. 물도 지나치게 마시면 소화액이 묽어져 속이 불편해지고 입맛도 떨어집니다. 이럴 때 마시는 오크라 냉커피는 기운을 돋우어주며 몸을 가뿐하게 만들어줍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면 잡냄새 없는 깨끗한 팬에 타지 않게 불 조절을 해가며 볶아줍니다. 덜 볶이면 싱겁고 지나치게 볶으면 텁텁하거나 쓴맛이 받칠 수도 있습니다. 볶은 오크라 알은 핸드 밀을 이용해 갈아주고, 물과 커피 분량을 가늠해 기호에 맞게 뽑아냅니다. 분쇄한 오크라는 원두와 같은 부피일 때 질량은 약 1.5배가 되지만 농도는 비슷합니다. 산골에서 만드는 오크라커피는 2잔 분량일 때 물 250㏄에 분쇄한 오크라 12~14g을 넣어 부드럽게 마십니다. 커피 그라인더가 없으면 가정용 분쇄기에 갈아도 됩니다. 입자가 고르지 않고 미세 분말이 생길 수는 있지만 아쉬운 대로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조금씩 필요한 만큼만 갈고, 볶은 알갱이나 분쇄 커피는 밀봉용기에 담아 실온 보관합니다. 추출한 커피가 남으면 조금 더 연하게 만들어 숭늉처럼 마시면 좋고, 갈무리하는 양이 적으면 원두에 조금씩 섞어 마셔도 오크라커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크라밥전|
재료 준비
오크라밥 1공기, 양파 1/4개, 감자 1/2개, 대파 약간, 통밀가루 2큰술, 달걀 1개, 소금,
포도씨유 (오크라밥 : 현미 1컵, 구분도 1/2컵, 오크라 덜 여문 알갱이 수북하게 1컵, 물 2컵)
만드는 방법
↑ 01 쌀은 불리지 말고 씻어 건져 오크라 알을 섞어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 02 감자, 양파, 대파는 각각 다지듯 잘게 썬다.
↑ 03 오크라밥에 2와 달걀, 소금을 넣어 고루 섞은 다음 통밀가루를 넣어 약간 되직하게 반죽한다.
↑ 0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구어지면 3을 한 숟갈씩 떠 넣고 노릇노릇 구워 밑면이 충분이 익었을 때 뒤집고, 바삭하게 구워지면 채반에 받쳐 한 김 나간 후 접시에 담는다. 초간장이나 오크라장아찌를 곁들이면 좋다.
|오크라커피|
재료준비 및 만드는 방법
↑ 01 오크라씨앗 1컵을 씻어 건져 물기를 빼고, 깨끗한 팬을 달구어 중약불에서 5분, 약불에서 15~20분가량 타지 않게 볶는다. 식으면 핸드밀로 갈아준다.
↑ 02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기호에 맞게 커피를 추출한다. 부피는 원두커피와 같게, 질량은 원두의 1.5~2배 정도 넣으면 무난하다.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ㆍ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http://blog.naver.com/jaun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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