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및 상담/행복론

행복 vs 불행: 불행의 반대가 아닌 행복 공식은 ‘성취/욕망’

맘사라 2014. 3. 10. 19:17

 

불행의 반대가 아닌 행복 공식은 ‘성취/욕망’

등록 : 2014.03.10 12:43수정 : 2014.03.10 12:43

서은국 교수가 소개하는 행복론
1번의 큰 기쁨보다 작은 기쁨 자주 느껴야
건강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하면 건강
 

 

행복과 불행은 반대의 정서가 아니라, 서로 성질이 다른 정서다. 전형준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사진가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합니다. 일일이 물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행복추구권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말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우리나라 헌법도 행복추구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삶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요.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돈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돈과 상관없이 정신적 풍요 상태만 유지해도 행복할까요. 

행복한 상태란 무엇이며, 행복한 미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 행복’을 내세우는 정부의 정책들은 진짜 행복의 갈증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을까요.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소개하는 최근의 행복 연구 성과들을 통해, 그 실마리를 두차례에 걸쳐 풀어봅니다. 이 내용은 서 교수가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에서 진행한 강의(행복의 저력)에서 소개됐던 것들입니다.

행복의 ‘종의 기원’인 ‘주관적 안녕감’

서 교수는 진화론이 다윈에서 시작됐다면, 행복론은 에드 디너(미 일리노이대 심리학 교수)에서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1859)에 비견할 만한 논문이 바로 디너 교수의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1984)이라는군요.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이런 찬사를 받을까요.

이 논문에서 디너 교수는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해 한다는 점, 둘째는 일상에서 기쁨이나 긍지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하며, 셋째로는 반대로 슬픔이나 불쾌감 같은 부정적 정서는 덜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행복은 내면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것이죠.

특히 그가 지적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포인트는 행복과 불행은 반대 경험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사과와 바나나의 관계같은 것이죠. 이는 그 이전까지 행복과 불행을 반대 개념으로 본 일반의 통념을 깨뜨린 것입니다.

디너 교수는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질의 정서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줬습니다. 하루의 감정 변화를 추적한 데이비드 왓슨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기분은 역U자형의 변화 흐름을 보이는 반면, 부정적 정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같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는 두 정서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긍정적 정서는 어떤 기회를 추구하는 에너지 역할을, 부정적 정서는 우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의 관계. SERI CEO

오랜 수고 찰나의 기쁨, 도미노 쇼의 허무

행복감을 느끼는 데는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합니다. 얼마나 강하게 느끼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자주 느끼느냐가 행복의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인생의 커다란 클라이맥스, 즉 어떤 강렬한 순간을 위해 희생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한방에 인생의 행복을 거는 것이지요. 여기에 적합한 비유가 도미노 쇼입니다. 수십만개의 도미노를 세우는 데는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도미노 쇼는 불과 몇초만에 끝나버립니다. 그 화려한 찰나의 순간이 오랜 기간의 수고를 보상할 만큼 큰 기쁨을 줄까요.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해,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도미노 쇼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과정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행복 연구가 내는 결론은, 그 마지막 장면이 가치가 있으려면 마지막까지 가는 그 과정이 의미 있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결과가 아무리 화려해도 과정이 짜증스러우면 그건 행복이 아니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목적을 위해 희생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10이고, 그 결과 얻는 기쁨이 5배, 10배라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는 기쁜 일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 마음은 금세 거기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상상하는 어떤 멋진 일도 절대 멋지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로또를 맞으면 우리는 좋은 일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생각 밖의 나쁜일도 같이 수반돼서 생겨납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현재의 소소한 기쁨을 소홀히 하는 자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서 교수는 행복에서 이것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합니다.

수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긍정적 정서 그룹의 수명이 평균 8년이나 길었다. SERI CEO

머리 속에 아무 생각이 없다는 두 남녀

행복은 정말로 객관적으로 좋은 것일까요. 우디 앨런의 <애니 힐>(1977)이란 영화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우디 앨런이 길을 걸어가는데 저만치서 행복해보이는 커플이 다가옵니다. 우디 앨런이 물어봅니다. 행복해 보이는데 그 비결이 뭐냐고. 그러자 여자가 말합니다. “저는 머리 속에 아무 생각이 없어요.” 옆에 있던 남자가 뒤질세라 “저도 그렇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과연 행복이라는 주관적 경험이 빚어내는 객관적 결과들은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긍정적 에너지일까요, 아니면 사회에 유해한 부정적 에너지일까요.

이것을 보여주는 한 연구가 있습니다. 미 켄터키대 심리학과 드보라 배너 박사 등이 678명의 수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이들은 수녀들이 1930년에 쓴 짧은 문장들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2001년 5월14일자 <타임>지 표지기사로 실린 이 연구에서 배너 교수는, 수녀들의 글 속에서 긍정적 정서가 배어 있는 문구를 찾아 평점을 매겼습니다. 이 연구가 진행된 것은 1993년, 수녀들이 93살이 되는 해였습니다. 이때까지 수녀들이 장수한 확률을 분석한 결과, 당시 긍정적 정서를 보인 수녀 중 약 절반이 93살까지 장수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수녀들은 15%만이 93살까지 살았습니다. 가장 긍정적 정서 그룹과 가장 부정적 정서 그룹간 평균 수명차이는 약 8년. 이는 건강하기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건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건강이 아닌 사회적 성취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명문 사립대 입학생들을 면접한 뒤 쾌활 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누고 20년 뒤 이들의 연봉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쾌활했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평균 3만달러를 더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행복감이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성취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옴을 보여줍니다. 이는 행복은 열심히 노력한 끝에 나중에 얻는 연금 같은 것이 아니라, 지금 행복하게 살아야 나중에 긍정적인 결실이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자살한 코닥 창업자와 사형당한 이민자

행복 연구가 내린 가장 주목할 만한 결론은 삶의 외적 조건과 그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행복감은 관련이 적다는 것입니다.

미 하버드대 대니얼 기버트 교수는 한 연구에서, 코닥 창업자인 조지 이스트만과 가난한 독일이민자 에드워드 피셔를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둘 중 누가 더 행복했을까요. 두 사람의 삶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스트만은 친구들에게 “나는 내 인생의 과업을 마쳤네. 무엇을 더 기다리겠는가”라는 유서를 남기고 1932년 봄날 서재에서 권총자살을 했습니다. 그는 척추질환으로 우울증에 빠졌고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노후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 결국 자살을 택한 것이지요. 반면, 폭동 주도 혐의로 수감돼 있던 사형수 피셔는 처형 직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이 내 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다.” 그는 평생 보잘것없이 살아왔지만 결국엔 노동운동의 전설적 인물로 역사속에 남게 된 점을 뿌듯해했습니다.

서 교수는 행복공식을 이렇게 단순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행복은 객관적 성취를 주관적 욕망으로 나눈 값이다.” 분모인 욕심이 클수록 행복해지기는 어려우며, 욕심이 적을수록 쉽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욕심이 많으면 아무리 많은 걸 성취해도 행복감이 적어집니다. 따라서 좀더 쉽게 행복해지려면 행복의 분모인 욕망을 줄이면 된다는 것이죠.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돈의 상한선은 미국 기준으로 7만5천달러, 우리돈으로 약 8천만원이라고 한다. 신소영 한겨레 기자

돈은 행복 비타민 중 하나일 뿐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는 조건은 돈입니다. 사실 행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은 필수입니다. 행복해지려면 우선 기본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2010년에 이뤄진 미국의 연구 중에, 무게 1파운드(460그램)의 물질을 구입하기 위해 쓰게 되는 비용을 비교한 것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공기는 공짜, 쌀은 0.3달러(미국), 사과 1.6달러가 필요합니다. 생필품은 비교적 싸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떤 지위를 갖기 위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과시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엄청납니다. 예컨대 립스틱 1파운드어치를 사려면 2600달러(300만원)가 필요합니다. 컬럼비아대 졸업장을 1파운드어치 사려면 1500만달러(170억원)가 필요합니다. 이는 소득이 낮을 때는 돈이 행복의 주요 변수가 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돈과 행복의 관계는 약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삶에서는 소득이 행복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요. 갤럽은 미국인 1천명을 표본으로 해 그들의 행복감 변화를 계속 추적하고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커너만 교수팀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국민행복지수 연구를 보면, 소득과 행복은 처음에는 비례하지만 연 가계소득 7만5천달러(8천만원)를 기점으로 관계가 소멸됩니다. 미국의 1인당 GDP가 한국의 2배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4천만원이 분기점이 되는 셈입니다.

서 교수는 행복을 비타민에 빗댑니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비타민이 골고루 있어야 하는데, 돈이 지나치게 많은 건 그 가운데 비타민C를 과다섭취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특정 비타민을 과다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로또 복권 추첨 장면. 박미향 한겨레 기자

일확천금 복권의 기쁨 지속기간은 3개월

그렇다면 일확천금을 안겨주는 복권은 당첨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요. 미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브릭먼 교수팀이 1975년에 전년도 복권 당첨자 21명을 대상으로 한 ‘복권당첨연구’ 결과를 보면, 당첨 1년이 지난 뒤 이들의 행복 수준은 이웃 주민들과 비교해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들의 당첨금은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100억원이나 되는데 말입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2가지로 해석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쾌락의 최대 적은 적응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무덤덤해지고 어떤 경우에는 싫증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복권에 당첨된 당시엔 행복감이 대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누그러진다는 것이죠. 서 교수 역시 자신이 가르치는 연세대생 200명을 대상으로 2년동안 추적해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현재의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것은 최대 3개월 전의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전의 것은 이미 적응이 돼 더 이상 행복감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복권 당첨자들은 일상의 소소한 작은 재미에 대한 만족도가 현격히 감소되더라는 것입니다. 일상의 즐거움은 행복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복권 당첨이라는 매우 큰 자극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은 시시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복권과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억원 미만인 복권에 당첨되면 장기적으로 조금 더 행복해집니다. 왜냐하면 인생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이정아 한겨레 기자

자신을 위해 쓰는 돈과 남을 위해 쓰는 돈

돈을 버는 것 말고 돈을 쓰는 것도 행복과 관련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행복에서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돈을 어떻게 써야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첫째는 물질이 아닌 경험을 살 때 더 행복감을 느낍니다. 시계나 옷, 가방 같은 것보다 여행, 공연 티켓을 사라는 것이죠. 물질에 대한 기쁨은 금방 적응이 됩니다. 하지만 경험, 즉 여행은 추억을 남기면서 즐거움을 오래 지속시켜줍니다. 또 하나는 경험은 사회적인 비교에 덜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물질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므로 행복감의 기반을 취약하게 만듭니다.

두번째는 돈을 나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쓸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관계맺기를 선호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나의 생존에 다른 사람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인을 위해 돈을 쓴다는 건, 유전학적으로 나의 생존력을 높이는 행위가 됩니다.

2008년 미국의 한 연구를 보면, 어떤 대학캠퍼스에서 무작위로 등교하는 대학생들에게 아침에 5달러, 혹은 20달러씩 그냥 나눠줬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 한 그룹은 그날 하루동안 이 돈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었고, 다른 그룹은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썼던 친구들이 그날 하룻동안 훨씬 더 행복감을 느낀 것으로 나왔습니다.

세번째는 좋고 큰 일은 가급적 잘라서 여러번 경험하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20만원짜리 한우세트 1개보다는 10만원짜리 한우세트 2개를 사는 게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20만원짜리 한우가 2배로 맛있지도 않은데, 두 번 나눠서 한우를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인 행복 총점에서는 더 유리합니다.

돈과 행복의 관계는 얼마나 돈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는가가 초점입니다.

얼굴 예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의 역설

심리학자들은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많이 갖는 것보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좋아하라고 권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 중 하나가 외모와 행복의 관계에 대한 연구입니다. 사람들은 외모가 출중할수록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모도 자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 이 외모라는 자원을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요. 에드 디너와 프랭크 후지타의 1995년 논문을 볼까요. 이들은 대학생들을 실험실에 오게 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학생은 화장을 지우게 하고 귀걸이같은 장신구도 착용하지 못하게 하고, 헤어스타일도 샤워캡을 씌웠습니다. 이 상태에서 100명의 학생들 사진을 찍어 강의실에서 한 장씩 보여줬죠. 그리고 학생들에게 외모에 대한 점수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매기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아름답다는 평점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하다는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는 행복감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여자들의 경우 외모가 상위 25%에 드는 여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4.7점이었는데 하위 25%에 드는 학생들은 오히려 5.1점으로 조금 더 높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실험에서는 질문을 하나 더 던졌습니다. 당사자인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에 대해 주관적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현격히 높은 행복감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객관적으로 더 많이 가졌는가보다 가진 것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더 행복의 열쇠임을 보여줍니다.

쌍둥이는 자라난 환경이 달라도 비슷한 행복수치를 보인다. stamp21c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사진가

길을 가다가 똑같이 1만원을 주운 사람들의 차이

똑같은 사건이라도, 여기서 느끼는 행복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길을 가다가 만원짜리 지폐를 주웠다고 해볼까요. 어떤 사람은 굉장히 좋아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무덤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공짜를 얻는 기쁨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은 사람도 있고, 불과 몇분 후엔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개인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학계의 결론은 개인의 선천적인 기질이라는 것입니다. 선천적인 기질이 어떤 사람의 객관적인 삶의 조건, 어떤 일이 발생하는 빈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기질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적 요인입니다. 즉 인간의 신체적 특성을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유전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심리적 특성도 유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쌍둥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입양이 돼서 따로 자라난 쌍둥이들을 그룹 A라 하고, 이란성 쌍둥이면서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그룹을 B라 하죠. 이 쌍둥이들 간의 행복지수를 비교해보면 그룹 A에 속한 사람들끼리의 행복수치가 훨씬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유전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약 50%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회적 지위나 문화, 운 등 수백가지 요인들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행복감의 유전적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첫째 낮은 행복감의 원인이 자신한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 자신에게 좀더 관대해질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세간에 나오는 행복 관련 조언들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외향적인 사람은 행복감을 잘 느낀다. 원세연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사진가

외향적 성격인 사람은 유전적 행운아

그렇다면 유전적 요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복에 영향을 미칠까요. 유전적 요인은 사람의 성격을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외향성과 신경증, 이 2가지가 중요합니다.

먼저 외향성이란 보통 사람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리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성, 재밌고 즐거운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즉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엇인가 계속 하고 싶어하는 성격이 외향성의 특성이죠.

외향성 소유자의 특성은 첫째 사회적 관계가 풍성하다는 것입니다. 성격과 무관하게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가질 때 행복감을 느끼는데, 외향성은 이런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두번째 특성은 활동성입니다. 위험을 피하거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도전하고, 자극을 끊임없이 찾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신경증은 가급적 우리가 갖지 않는 것이 행복 달성에 유리합니다. 신경증의 특성은 과도하고 빈번한 걱정입니다. 정서적 불안정도 특성 중 하나입니다. 신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기분 변화의 폭이 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큽니다. 타인에 대한 의식 정도도 지나치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등등을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을 추구하려면 외향성은 모방하고 신경증은 억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입니다. 선천적으로 높은 외향성과 낮은 신경성을 가진 사람은 행복 추구 차원에서 유전적 행운아들입니다.

시상대에 선 메달리스트 가운데 가장 행복감이 덜한 사람은 동메달리스트가 아닌 은메달리스트다. 김정효 한겨레 기자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환한 이유

행복의 또다른 특성은 생각의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시상대에 선 메달 수상자들의 표정을 분석해보면,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오히려 더 환하게 웃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이 크고, 동메달리스트는 자칫했으면 메달을 못딸 뻔했는데 따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객관적 상황보다 사람의 생각이 행복의 문을 여는 훨씬 더 중요한 열쇠임을 가리킵니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어떤 차원에서 어떻게 생각이 다른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내 삶의 기준점이 되는것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나의 행동, 나의 의사결정, 평가의 기준점에 대해 어떤 사람은 자신의 내면의 것이 가장 중요한 반면, 어떤 사람은 타인이나 세상의 평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들은 기준점을 밖에다 두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낮다고 말합니다. 여기엔 개인차도 있지만 문화적 영향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타인과의 관련성입니다. 다른 사람이 행복하면 위협감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참는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입니다. 남의 득이 나의 실, 혹은 남의 실이 나의 득이라는 제로섬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경쟁적이고 신경증적입니다. 반면 이들이 타인들로부터 받는 평가는 부정적이죠. 그러다 보면 행복의 원천인 사회적 관계로부터 멀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해지려면 인생의 주도권을 내가 쥐는 것,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청개구리 심리와 월요병 심리

청개구리 심리도 사실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하던 일도 누가 옆에서 하락 하면 괜히 하기 싫어지고, 누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지죠. 청개구리 심리의 핵심은 어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면 그 순간부터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친구랑 이야기를 하는 경우,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면 뭔가 이야기 자체가 덜 재미있어집니다.

미국의 어떤 프로농구 선수는 대학 때까지는 농구 자체를 인생의 큰 낙으로 살았으나, 프로에 데뷔해 직업선수가 되고부터는 농구에 대한 흥미가 반감됐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그걸 위해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내 인생이 왠지 짜증과 피곤함으로 가득해 있다면, 내 시간이 무엇을 위한 수단만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월요병 심리도 이와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만을 위해 사는 사람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합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수단으로 현재를 사는 것, 미래를 위해 전적으로 희생하는 삶 역시 어떤 것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