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05 18:50 | 수정 : 2013.12.05 18:53 조선닷컴
이 중 60%(9명)은 외부 영입이 아닌 뛰어난 업무 성과로 인정받은 내부 발탁 승진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는 삼성 내에서 탁월한 성과와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 인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며, 삼성의 근무 여건이 과거보다 ‘친(親)’여성적으로 변화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삼성 임원이 되기까지 엄마이자 아내이자 직장인인 이들이 얼마나 남몰래 많은 눈물을 흘리며 또 부단히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했다. 이런 덕에 삼성의 여성 임원 승진자는 2011년 7명에서 9명, 12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독하다’는 수식어가 붙는 양향자 삼성전자 신임 상무(46)도 그런 전설같은 사연을 가진 ‘워킹맘’이다. 1986년 광주여상을 졸업한 양 신임 상무는 삼성전자(당시 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실에서 일을 시작했고, 1995년엔 사내 대학인 삼성전자기술대학에서 반도체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하지만 양 상무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005년 한국디지털대 인문학 학사, 2008년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까지 취득했다. 독학으로 일어와 중국어까지 습득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위기에 부딪쳤던 순간은 육아였다. 일은 해야겠는데 애 봐줄 사람이 없어, 결국 출근 후 아이들을 면회실에 맡겨 놓고 일했다는 이야기는 삼성에서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특유의 섬세함과 끈기가 돋보인다. 업무에 온몸을 던져 일하고 주어진 일은 끝까지 완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독함’의 이면에는 여직원들의 고부(姑婦) 갈등에 대해서도 ‘언니’로서 조언을 해주는 따스함이 있었고, 또 중국에서 열린 외국인 직원 결혼식에도 참석해 축하연설을 하고 돌아오는 ‘의리’도 발휘했다.
업무 성과도 뛰어나, 양 상무는 D램 설계팀에서 플래시 메모리 설계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 메모리 제품 설계 자동화를 추진해 제품 개발기간을 단축하는데 기여했다.
- 이영순 신임 상무/삼성
이 상무는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에 이어, 2011년에는 재택 및 원격근무제도도 도입했고, 지난 3월부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임직원이 최장 1년까지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를 수 있는 ‘난임 휴직제’까지 도입했다.
또 올해 7월에는 소프트웨어 꿈나무 육성을 위해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신설,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논리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방과 후 교실 및 동아리 활동을 통한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덕에 이씨는 삼성 최초로 스태프(경영지원) 출신 여성임원이 됐다. 그동안 여성 임원은 마케팅이나 디자인, R&D(연구개발) 분야에서 주로 배출된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신임 상무는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유연한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며 “평소 섬세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인물로 손꼽힌다”고 전했다.
장세영 삼성전자 상무도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공으로 최연소 여성 임원에 올랐다. 또 삼성전자 최초 여성 주재원 출신인 연경희 삼성전자 상무도 뉴질랜드 지점 매출을 근무 1년 만에 2억6000만달러에서 3억2000만달러로 늘리는 등 매출 성장을 주도해 이번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