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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은 관상에 영향을 미치는가? 개인적으로 저는 관상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맘사라 2013. 10. 10. 19:07

 

4시간 줄서서 기다려 유명 관상가에게 관상 봐보니…


20세기 초 중국에서 발간한 관상학 책 <상리형진>. 진담야가 쓴 이 책은 부귀로운 얼굴, 무인의 얼굴 등 전형적인 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한겨레] 영화 <관상> 흥행몰이 영향…‘관상철학관’ 문전성시

“‘동안 V라인’ 성형, 말년 운 초년에 쓰니 ‘사채’ 쓰는 꼴”


영화 <관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관상철학관이 문전성시다. 관상은 정해진 걸까, 바뀌는 걸까

이유진 기자가 줄서기만 무려 4시간, 유명 관상가들을 만나 운명의 지도 풀이를 들었다


영화 <관상>이 지난 4일 누적관객수 849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기록했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관상을 보는 철학관도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송나라 이전의 마의선사가 만든 관상법을 집결한 동양 첫 상법책 <마의상법>을 보면, 관상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말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상을 틀리게 읽고 쓰는 일이 많아 이를 바로잡으려고 책을 펴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 시절부터 관상을 오독하고 잘못 이용하는 무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상을 ‘혹세무민’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부터 인간이 남의 얼굴을 보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선택해온 경험의 결과라는 것이다.

 오래 공부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관상법은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머리끝부터 턱까지 얼굴을 삼등분한 상·중·하관이 초년·중년·말년을 말한다고 하지만 조화와 관계성을 보아야 한다. 눈썹 사이 인당에서 학문과 운명의 척도를 가리킨다는 ‘명궁’, 이마에서 부모운을 보는 ‘부모궁’, 재물과 유산을 상징하는 눈의 ‘전택궁’, 눈 주변의 ‘남녀궁’과 ‘자식궁’, 턱에서 아랫사람을 비롯한 인간관계를 가리키는 ‘노복궁’ 등 가장 중요하다는 ‘12궁’만 간추려도 한이 없고, 정답은 더더욱 멀어 보인다. 직접 전문가와 현장에서 상호작용해볼 수밖에 없겠다는 판단에, 관상 전문가들에게 살아있는 얼굴을 들이밀며 복잡한 관상학의 세계를 엿보았다.

   

코가 먼저인가 광대뼈가 먼저인가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철학관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관상가는 시절에 맞게, 맨 먼저 성형 이야기를 꺼냈다. “성형이나 보톡스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여자로서 부귀한 상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이마가 넓어 이런 상은 대개 결혼이 늦으면 좋다고 일컫는다. 수명은 길겠다.”

 너무 포괄적인 얘기다. 얼굴 어디를 중심으로 보아야 할지 물었더니 “코와 하관”이라고 한다. 눈썹 사이 인당 쪽에서 코끝(준두)까지를 중정이라고 하는데, 이 관상가는 이 부분을 유심히 봤다. “중정이 좋으면 44살부터 46살까지 운세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상정’인 이마가 그렇다면 초년운을 가리키는지 묻자 “이마는 초년이 아니라 평생을 관장한다”고 설명했다. 역시 정답이 없다는 얘기인가 싶게 모호하다. 다소 가부장적인 설명도 탐탁치 않다. 여성의 경우, 옛날 학문인 상법은 사실 불리한 점이 많다. <마의상법>을 봐도 위엄을 말하는 ‘위맹지상’, 정신이 맑은 ‘청수지상’, 기이한 얼굴인 ‘고괴지상’, 외로운 ‘고한지상’, 흉포한 ‘악완지상’, 속물 같은 ‘속탁지상’ 등 거의 모든 그림에서 남자의 얼굴을 예로 든다. 여성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의 책이니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면 무리가 있다.

 같은 날 찾아간 서울 강북의 유명 관상가는 예약을 받지 않아 점심 무렵 들어서니 15명 정도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4시간을 내처 기다려 이윽고 차례가 왔다. 관상가는 코보다 먼저 광대뼈에 대한 얘기로 분석의 포문을 열었다. “(재물복을 흔히 코로 본다는데) 코가 아니다. 광대뼈의 위력은 대단해서 평생 영향을 미친다. 당신은 광대뼈가 좋아 잘산다.” 잘살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럼 못사나?” 되묻는다. 그렇지만도 않다. 관상가는 이어 “살림을 못하고, 남자 같은 문사의 기풍을 타고난 선비이며 활동가이나 또한 그 때문에 한 점 외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눈꼬리가 처져 자녀는 없을지 모른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상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은 이마를 ‘결혼’과 연관지었고, 한 사람은 ‘일’ 중심으로 보았다. 코를 중요하게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광대뼈를 강조한 사람도 있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다소 혼란스럽다.

  

새? 거북이? 중요한 건 웃는 얼굴  

 한의학에는 ‘망진’이라는 것이 있다. 환자의 얼굴색, 형체 등을 파악해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형상의학’은 우리나라 한의학의 진단·치료법으로, ‘생긴 대로 병이 오고, 생긴 대로 치료한다’는 원칙 아래 이를 응용한다. ‘형상’은 관상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신상태, 분비물과 배설물의 색·질·양 등의 변화까지 한의사가 관찰한다. 형상의학자 오수석 한의사는 기자에게 “새의 형상을 하고 있어 성격이 불같이 급하다”고 했다. 새 형상은 이마가 발달했고, 입술이 얇으며 화병이 많단다. 틀린 것 같진 않지만 ‘토형’이라고 본 관상가와 시각차가 있다. 관상학에서 땅을 가리키는 토형은 거북처럼 등과 허리가 두텁고, 형상의학에서 호흡기병이 많은 ‘갑류’에 가깝다.

 인상학으로 볼 땐 또다른 풀이가 나올 수 있다. 눈꼬리가 처졌다는 관상가의 분석과 달리, 국내 1호 인상학 박사인 주선희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 교수는 기자의 눈을 두고 “눈꼬리가 올라갔다”고 봤다. “잘 웃으면 눈꼬리와 입꼬리가 올라가고, 성공하려면 이 두곳이 올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에 대해서도 주 교수는 “옛날에는 코가 돈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일과 사람 챙기는 것”이라며 “양쪽 콧방울과 콧부리 넓이가 1:2:1 정도로 생긴 것이 좋으며, 잘 웃어서 탄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관상학이 ‘생긴 대로 사는 삶’에 중점을 둔다면, 인상학과 얼굴경영학은 ‘마음먹고 사는 대로 만들어진 얼굴’을 다룬다는 것이다. 앞뒤가 미묘하게 다른 얘기다.

영화 <관상> 포스터.

대부분의 관상가들은

얼굴 성형에 부정적이다

‘V 라인’으로 턱을 깎는 건

말년·자식 복 깎는 것이란다

잊지 말 것은 내가 남들 볼 때

그들도 내 얼굴을 본다는 사실

그러니 마음 씀씀이부터 챙겨야
  

관상과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성형

 당연할지 모르지만 관상 전문가들은 ‘사주보다 관상’이라고 한다. 사주가 같은 쌍둥이라고 할지라도 사는 모양이 다르며, 관상은 실제 형체를 두고 분석하는 것이니만큼 현실감이 있다는 얘기였다. 난생처음 본 관상풀이 결과, 평생 직장에서 일할 팔자라는 사주풀이와 적잖이 비슷했다. 무릇 자기 인생을 본인보다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래를 묻자 “스스로 사는 거지, 일하지 말란다고 않을 거냐”는 한 전문가의 일갈은 오히려 후련했다. 오수석 한의사는 “성공한 이들은 관상과 인생이 다른 수가 많고, (타고난 관상보다) 마음밭에 무엇을 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상, 인상, 형상에서 전문가들의 견해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일치하는 것도 있었다. 무조건 예뻐지려고 하는 성형수술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얼굴 아래쪽 하정을 이른바 ‘브이라인’으로 만들면 50대 이후 말년과 아랫사람, 자식의 덕을 깎아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양의 상학책을 여러권 번역한 홍성민 한의사는 “브이라인은 ‘동안’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인데, 50~60대에 이르면 귀여움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 말하자면 말년운을 초년에 쓰니 사채를 끌어다 쓰는 꼴”이라고 분석한다. 팔자주름도 “나이가 들거나 직업상 권위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런 주름이 없으면 오히려 흉하다”고 말했다. 주선희 교수도 “성형을 하면 관상이 바뀌지만, 예컨대 정치인의 경우 예쁘기만 하고 카리스마가 없다면 오히려 덕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자신이 남의 얼굴을 볼 때, 남 또한 자신의 얼굴을 읽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만화가 허영만씨의 <꼴>을 감수한 관상학자 신기원씨는 “상학은 인격을 도야하는 삶의 지침으로 삼기에 마땅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관상, 인상, 형상을 보려 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이를 도구 삼아 내 삶과 마음 씀씀이를 되새기는 일이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자료 <상리형진>·홍성민 한의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