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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사태 현황: 11일 만에 또 학생 사망 … 학교 이사장은 교육감 부인

맘사라 2014. 4. 15. 08:09

 

11일 만에 또 학생 사망 … 학교 이사장은 교육감 부인

[중앙일보] 입력 2014.04.14 01:14 / 수정 2014.04.14 02:01

2명 숨진 진주외고선 무슨 일이
지난달 1학년끼리 싸우다 사망
경위조사만 하고 감사는 안 해
이번엔 기숙사서 구타로 숨져
교육청 "감사 늦어진 것뿐" 해명

현직 교육감의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고교에서 학내 폭력으로 11일 사이에 학생 2명이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이 학교에서 첫 사망 사고가 일어난 뒤 해당 교육청은 경위 조사를 했을 뿐 책임을 묻기 위한 감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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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후 11시 기숙형 고교인 경남 진주외국어고 기숙사. 야간 자율학습 때 말다툼을 했던 1학년 류모(15)군과 문모(15)군이 밖으로 나가려 했다. 싸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2학년 기숙사 자치위원 김모(17)군이 “어디 가느냐”고 불러세웠다. 이들은 “얘기하러 간다”고 답했다. 김군은 거짓말을 한다며 문군의 가슴을 한 차례 주먹으로 쳤다. 류군은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배를 발로 찼다. 류군은 정신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바로 숨졌다.

 경찰은 13일 김군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군이 전에 학내 폭력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군이 기숙사 질서 유지 역할 등을 하는 자치위원으로서 하급생을 훈육하다 일어난 우발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류군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14일 부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같은 학교에서 지난달 31일 1학년 학생 2명이 방과 후 옥상 계단에서 싸우다 1명이 숨졌다. 둘은 학기 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가 이날 싸움을 벌였다. 사망 사고 다음 날 경남교육청은 학교에서 실태조사를 한 뒤 예방을 강화할 것과 학생들에게 심리상담을 할 것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는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망사건이라면 비상대책반을 꾸려 실태조사와 감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측은 “감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늦어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경남교육청은 두 번째 사고가 난 뒤인 13일 진주외고 교장에 대한 직위해제를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1971년 문을 연 이 학교는 고영진(67) 경남교육감의 부친이 인수했으며, 93년부터 고 교육감의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다. 원래 종합고등학교였으나 97년 외고로 바꿨다. 특목고는 아니고 전국에서 학생을 받는 기숙형 고교다. 고 교육감은 한때 이 학교 교장으로 일했다.

 이 학교에서의 두 번째 사고는 ‘감시의 사각지대’라는 기숙사에서 일어났다. 13일 학교 앞에서 만난 2학년 학생은 “기숙사에서 학생끼리 치고받는 경우가 있다”며 “밤에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교사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진주외고 학부모 김모(46)씨는 “경남 남해에서 유학 보낸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며 “불안해 다른 학교로 전학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남녀 공학인 진주외고는 전교생 402명 중 98명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김미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경남지부장은 “학년 초인 3~4월은 서열다툼과 규율잡기로 학내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시기”라며 “사고를 막기 위해 공동체생활 교육을 하는 등 학교 측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주외고를 관장하는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말 ‘학교폭력예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교사·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보안관제’를 운영한 점을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진주=황선윤·차상은 기자, 천인성 기자